최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이 우주가스와 먼지를 포식하고 낮잠을 자는 초기 우주의 블랙홀을 포착했다.
18일(현지 시각)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캠브리지 대학교 주도 국제 천문학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사용해 초기 우주의 블랙홀을 포착하고 관련 논문을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팀이 웹으로 관측한 것은 빅뱅 후 불과 8억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 우주에 있던 블랙홀의 빛이다. 태양 질량의 4억 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 탓에 수십억년 전 빛을 포착할 수 있었다.
보통의 블랙홀은 숙주 은하(host galaxy)의 0.1% 정도 질량을 가진다. 반면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블랙홀은 숙주 은하의 40%에 해당하는 엄청난 질량을 자랑했다.
일반적으로 초거대 블랙홀은 몸집을 키우는 데 10억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우주 형성 8억년 만에 이처럼 큰 블랙홀이 있었다는 점이 연구팀의 관심을 끌었다.
로베르토 마이올리노 연구원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블랙홀이 ‘크게 태어났을’ 가능성, 또 다른 가능성은 블랙홀이 과잉 활동 기간을 거친 후 오랜 휴면 기간을 거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크기에 걸맞게 빠른 속도로 주변을 빨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연구팀은 이 블랙홀이 매우 느린 속도로 주변 가스를 먹거나 축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론적으로 최대 한계보다 약 100배 느리다.
연구 결과에서 연구팀은 “초기 우주의 거대한 블랙홀이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블랙홀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나타내는 기존 모델과 상충한다. 하지만 블랙홀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짧은 기간을 거친 후 긴 휴면 기간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라고 설명했다.
빅뱅 후 초기 우주에서 엄청난 속도로 숙주 은하에서 가스와 먼지를 먹어 치우고 휴면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정도 블랙홀은 500만~1000만년 정도 먹고, 약 1억 년 정도 잠을 잔다.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외부 경계가 빛 등 지나는 모든 것을 가두기 때문에 중심부가 어둡게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회오리치면서 중심부로 주변을 빨아들이며 강착원반을 형성하면서 마찰열로 뜨거워져 빛을 방출하게 된다.
마찰로 인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처럼 ‘낮잠’을 자고 있으면 관측하기 어려워야 한다. 하지만 숙주 은하의 40%라는 엄청난 크기 덕분에 관측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마이올리노 연구원은 “이 블랙홀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거기 있는 대부분의 블랙홀이 휴면 상태일 가능성도 높다”며 “이번 발견도 놀랍지만, 앞으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블랙홀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설렌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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