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장직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62) 회장이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했다.
정 회장은 19일 서울 신문로 포니정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12년간 많은 분과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임을 반대하는 팬들의 요구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힌 정 회장은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이 수용해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 경기장에서 저를 비판한 팬들의 목소리도 절대 잊지 않겠다.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개혁으로 협회 신뢰 회복 ▲한국 축구 국제 경쟁력 향상 ▲천안 축구종합센터를 축구산업 발전 위한 플랫폼으로 완성 ▲디비전 승강제 성공적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11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의 연임 심사를 통과해 4선에 도전하는 정 회장은 앞서 출마 선언한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신문선 명지대 교수와 경쟁한다.
이날 기자회견은 개최 1시간 전부터 취재진이 몰릴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이날 최고의 이슈가 될 수 있는 자리였다.
현역 회장이라는 점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 회장의 중징계를 요구한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불편한 관계는 최대 걸림돌이다. 문체부가 정 회장 당선 시 승인 불가를 시작으로 감사결과에 따른 과징금 부과, 지원금 삭감 등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과징금은 명분이 약하다. 보조금 삭감도 이유 없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체부를 잘 설득하겠다”며 “여러 오해들이 이어져 문체부의 감사로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오해도 잘 풀겠다”고 말했다.
축구종합센터나 디비전 시스템 완성을 꼭 ‘정몽규 회장’이 완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꼭 누군가만 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며 “축구협회가 170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 700억원 정도 투자했다. 천안시에서는 2000억원 이상 투자한 상태다. 앞으로 문체부를 잘 설득할 수 있다. 디비전 시스템 완성도 이해 당사자들을 잘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문체부를 설득할 수 있다’는 말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정 회장에게 중징계를 요구한 쪽이 문체부다. 의혹을 명쾌하게 해결하기 보다는 오해로 규정하고, 무조건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축구계 관계자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고 말했다. 허 전 이사 측도 “출마 선언을 위한 옹색하고 궁색한 궤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적 비판을 등에 업고 감사에 나선 문체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지만 기대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나마 마지막 기회는 허 전 이사장, 신 교수와 함께 하겠다고 한 공개토론이다. 정 회장의 능력과 한국 축구에 대한 진정성을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지 않고, 축구팬들은 물론 국민들이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말로 설득에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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