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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 판결…엇갈린 노·사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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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제공=뉴시스]
대법원.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법원이 11년 전 판례를 깨고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과 퇴직금 등의 산정기준이 됨에 따라 이번 판결로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근로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환영한 반면 경영계는 재정 부담을 우려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근로자들은 재직 중이거나 15일 이상 근무한 경우에만 지급받을 수 있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토대로 다시 산정한 수당 등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로 연장·야근·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 휴가수당,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휴가급여,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국내 기업의 임금 체계는 기본급보다 상여금이나 수당 비중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어떤 임금이 포함되는지가 근로자의 실질급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건부 정기 상여금이란 상여금을 지급할 때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거나 일정 기간 근무를 완료한 경우에만 지급되는 상여금을 의미한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조건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의 요건에서 ‘고정성’을 배제하며 노동계의 입장을 지지했다. 정기, 일률, 고정적 임금만을 통상임금으로 보던 판례를 바꿔 고정성이 근로관계 법령상 근거가 없어 통상임금의 요건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고정성 개념이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해 연장과 야간 근무에 상응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새로운 법리는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두 사건과 같은 쟁점으로 대법원, 하급심에서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다루고 있는 병행 사건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된다.

노동계에서는 연장, 휴일, 야간 등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데 이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각종 상여금과 수당 등을 신설하는 등 임금체계의 꼼수가 만연했다고 지속 지적해 온 바 있다.

오랜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통상임금 해결방향은 사용자에게 연장, 휴일, 야간노동에 대한 추가할증 지급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관행’을 해체하는 한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이제라도 모든 노동자가 객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대법원 판례법리에 따라 통상임금의 정의 및 판단 기준에 대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지난해 이즈음 ‘연장노동 산정 방식’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빛의 속도로 행정해석을 변경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관련 법령 개정, 행정해석 변경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도 20일 논평을 내고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키고 당사자가 재직조건 등과 같은 지급조건을 부가해 쉽게 그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잠탈(潛脫)한다”며 “그러한 점에서 이번 판결은 늦었지만 지극히 정당하다”고 평했다.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종전 판결이 근로기준법령에 근거 없는 고정성에 근거해 노동자들의 임금청구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었음에도 대법원이 판례 변경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경제계는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대법원 판결 당일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직자, 최소근무일수 조건이 있으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것으로서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확대시킨 것으로서 경영계로서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신뢰해 재직자 조건 등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 하지 않기로 한 노사 간 합의를 무효로 만들어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시키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내수부진과 수출증가세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지난달 10일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해 법리를 변경한다면 국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총 인건비만 연간 6조7889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지속되는 고금리·고물가, 장기간의 내수부진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해 중소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과 노사 간의 갈등이 증가할 수 있고 더욱이 고용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혼란을 막기 위해 소급 적용을 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체계 단순화와 연공형에서 직무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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