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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아워홈 인수 검토… 회사 정관 문턱 넘는 게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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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남매의 난’을 겪어온 외식·식자재업체 아워홈이 한화그룹 품에 안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구미현 회장이 취임하면서 지분 매각과 동시에 기업공개(IPO)도 염두에 두겠다는 방향을 설정한 데 따른 것이다. 마침 지분 매각상대도 떠올랐다. 한화그룹이다. 20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설과 관련해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 중이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사실상 가족기업인 아워홈 주주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계약 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 정관상 기존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면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는 ‘특별결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올 6월부로 이사회는 회사 매각을 원하는 인물로 전부 채워졌지만 회사 정관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선 지분 구조가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아워홈을 매수하기 위해선 지분 매각을 원치 않는 주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수 후에 남은 주주들과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뉴스1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뉴스1

◇ 아워홈 인수 검토하는 한화 김동선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아워홈 경영권 인수 검토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이 생각하는 방향은 아워홈의 급식사업을 가져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푸드테크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그림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푸드테크 사업을 펼치면서 서울 한남동에 로봇 파스타 레스토랑 ‘파스타X’를 선보인 데 이어,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하고 경기 성남시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열었다.

김 부사장은 백화점 중심이던 한화갤러리아의 사업 구도를 바꿔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국내 입점을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수제 버거 파이브가이즈의 성과도 기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1년째를 맞은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국내에서 4개 점포가 글로벌 매출 10위 안에 들었다. 최근에는 미국 본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하반기 일본에 진출해 7년간 도쿄를 포함한 일본 전역에 20개 이상의 매장을 열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연합뉴스

◇ 구지은 전 부회장 바꿔둔 정관이 가장 큰 난관

다만 매각까진 난관이 많다. 일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은 매각에 적극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지분 매각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견이 통일되지 않으면 일차적으로 회사 정관에 따라 결정이 내려질 수 밖에 없다. 정관에 따르면 지분을 매각할 때는 기존 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이 있다. 2022년 기준 아워홈 정관 제 9조(명의개서) 3항에는 ‘주식을 양도할 경우 양도자는 양도 당시의 주주명부상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각 주주의 주식비율에 따라 양도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일부 주주가 주식인수를 포기할 시 잔여 주주에게 주식비율에 따라 양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구지은 전 부회장이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을 제외한 자매들의 지지를 얻었던 2022년 당시에 바꿔둔 것이다. 원래는 주주의 절반 이상의 동의를 거치면 지분을 매각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법적으로 정관 무효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상법의 범위를 벗어나 주주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추후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실상 가족기업 정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관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 상법 전문 변호사는 “상법보다 주주간 동의로 만들어진 정관을 우선시 하는 경우도 많아서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로는 상법으로 정관을 깨트린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사회 승인은 걸림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구미현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사회 구성을 3명으로 바꿨는데 모두 매각에 찬성하는 인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아워홈의 이사회는 구미현 회장과 그의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씨로 구성돼 있다.

그래픽=이은현
그래픽=이은현

◇ 네 남매의 지분 매각에 대한 입장은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은 2021년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보유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지를 받아 이번에 회장직에 오른 구미현 회장은 취임 인사에서 매각을 명시했다. 구미현 회장은 취임 인사에서 “2016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회사 대내외 이미지 추락과 성장 동력 저하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분 매각에 가장 반대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고(故) 구자학 아워홈 창업회장 회고록 ‘최초는 두렵지 않다’ 서문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찾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남편으로 둔 구명진씨는 구지은 전 부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지분 매각에 대한 뜻을 정확히 밝힌 적은 없었다.

가업승계 컨설팅을 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나 구미현 회장은 나이와 상황을 감안했을 때 지분가치를 극대화해서 매각하고 싶을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젊은 구지은 전 부회장이나 구명진씨는 아버지의 뜻을 바꾸고 지분가치는 추후에 따지고 싶을 것”이라면서 “다만 외부를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지분가치를 최대치로 키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매각으로 생각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한화가 지분 매각을 원치 않는 주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까지 감안해서 접근하지 않으면 인수 후에도 남은 주주들과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피할 수 없다”면서 “다만 51% 넘는 지분을 확보하는 만큼 경영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고 추후에 다시 매각을 하더라도 한화 측에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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