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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이사장 해임 취소해야” 방통위 패소 판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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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왼쪽). 사진=정철운 기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왼쪽). 사진=정철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을 해임한 것은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사유로 든 10가지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정당한 해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9일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문진 이사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방통위)가 2023년 8월21일 원고(권태선)에게 한 방문진 이사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앞서 권태선 이사장은 2021년 8월13일 방문진 이사로 임명되었고 같은 달 이사장으로 호선됐다. 권 이사장의 임기는 2024년 8월12일 만료였으나, 방통위는 2023년 8월21일 권 이사장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권 이사장은 해임 처분 집행정치 신청을 냈고, 그해 9월11일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복귀했다.

재판부, 방통위가 주장하는 10가지  해임 사유 조목조목 반박

법원은 방통위가 주장하는 권 이사장 해임 사유인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 및 관계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방치 △MBC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에 대한 부실한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실 검증 △방문진 임원을 부적정하게 파견하여 감사 업무의 독립성 침해 △사장 선임 과정에서 지원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후보자가 최종 후보자 3인에 선정되도록 방치 △공모사업 운영의 객관성 결여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감사원법 위반 등 10개의 사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는 방문진의 설립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임명된 사람으로서 방문진법은 이사에 대하여 결격사유와 임기만을 규정하고 있고, 별도로 징계 절차나 해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사의 해임 사유는 뚜렷한 비위 사유가 발생하여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되거나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방문진은 중요사항을 이사회의 심의·의결로 결정하며 이사회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피고에 의해 임명된 9명의 이사로 구성되고, 외부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한다”며 “이러한 규정들은 방송의 공적 책임의 실현 등 방문진의 임무가 사회적 논쟁이나 대립이 있을 수 있는 영역에 해당하여 그 정당성 등을 일의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고, 다양한 관점의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릴 필요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 방송의 공적 책임이나 공정성 및 공익성을 추구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의사를 결정하였고, 그 의사결정 과정이 현저히 불합리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그 심의·의결 결과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였다는 점이 명백하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개별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장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1인의 이사로서 지분적인 의사결정 권한만을 행사하게 되므로, 독립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이사들로 구성된 회의체의 심의·의결 결과에 직접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는 방문진 이사장이 방문진을 대표하고 그 업무를 총괄하며 안건을 단독으로 제출·부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때문에 법원은 “원고에게 뚜렷한 비위행위가 발생하여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되거나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재판부는 방통위가 제기한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사유에 대해 “방문진 이사회가 MBC 임원들에게 2021년, 2022년 300% 이상의 성과급을 지불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MBC의 영업이익이 직전 사업연도와 비교하여 큰 폭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라며 정당한 해임 사유가 아니라고 밝혔다.

‘MBC 및 관계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방치’, ‘MBC 부당노동행위 방치’ 사유에 대해서도 “원고가 이사로 임명되기 전에 발생한 사건들과 관련된 것”이라 정당한 해임사유가 아니라고 전했다.

‘MBC 사장에 대한 부실한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실 검증’ 사유에 대해서도 법원은 “방문진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의사를 결정했고 원고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방문진 임원을 부적정하게 파견하여 감사 업무의 독립성 침해’ 등에 대해서도 법원은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위법하고 부당하게 저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심위원들을 해임했던 방통위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해임처분 승소 권태선 이사장 “방통위의 진심 어린 사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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