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2038년까지의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표류하고 있다. 탄핵 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신규 원전 건설 정책 등이 계획에 담겼다는 이유로 야당이 전기본 확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계획에 담겼던 신규 원전은 물론 양수발전기 건설,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등도 기약없이 지연될 전망이다. 용인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공급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던 송전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전기본이 하루빨리 확정돼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는 11차 전기본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현재 위원회는 이달 중 추가 회의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다. 11차 전기본 확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국내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중장기 에너지 정책이다. 2년 단위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다. 올해부터 2038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11차 전기본은 국회 상임위 보고만 마무리되면 사실상 확정될 예정이었다. 국회 보고를 거치면 산업부 산하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산업부는 11차 전기본이 올해부터의 전력수급계획을 담고 있는 만큼 연내 확정을 목표로 지난 9월 보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예산 정국을 거치며 뒷전이 됐던 전기본은 지난 3일 이후 탄핵 정국을 거치며 존폐 위기에 몰린 상태다.
이철규 위원장(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에서 “11차 전기본의 국회 보고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탄핵소추 당한 윤 대통령의 주요 에너지 정책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긴 11차 전기본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원회 간사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15년 단위 계획은 전기본이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으로 세워진 것”이라며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않도록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전기본이 연말을 넘어 연초에 확정된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22~36년 계획을 담은 10차 전기본도 지난해 1월 11일 국회 상임위 보고를 거쳐 확정됐었다. 현재까지 1월을 넘겨 확정된 적은 없었는데,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11차 전기본이 1월까지 확정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11차 전기본에는 대형원전 3개 호기, 소형모듈원전(SMR) 1기 등을 새로 건설하는 내용 외에도 ESS 구축, 양수발전기 건설 등 계획이 담겨 있다. 산업부는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2026년부터 매년 500메가와트(MW) 규모의 ESS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양수발전소는 2035~37년까지 전남 곡성, 충남 금산, 경북 영양과 봉화 등에 총 2.5기가와트(GW)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기본이 확정이 되지 않으면서 공정들이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27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중 인프라 지원 측면에서 용인 산단의 전력공급 계획안을 마련했는데, 송변전설비계획 등이 11차 전기본에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본 확정이 늦어지더라도 2029~30년 초기 용인 산단의 공장(팹) 2기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2030년 이후 장기적으로 팹이 6기까지 지어질 계획이고, 이를 위한 송변전 설립계획과 관련해서는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11차 전기본이 늦어도 1월 중에는 확정이 돼야 한다”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