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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의 밀컴> 군인의 길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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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길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시작한다

엄효식 KODEF 사무총장
12월 3일 이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군인들 모습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군복을 입었던 예비역으로서 ‘만일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 없이 되뇌인다.
군생활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순간이 있는데, 1987년 6월 29일도 그런 날이었다.
소위 임관하여 소대장으로 근무한 부대가 강원도 인제의 가리산 중턱에 있던 특공연대였다. 소대원이 10여명인데, 다들 우락부락했고 임무가 부여되면 최고의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든든한 전투원들이었다.
당시는 북한이 건설할 금강산댐이 폭파되면 대한민국 북한강 일대가 온통 물에잠긴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었고, 그러한 북한의 수공위협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 논의가 한창이었다.
그러던 1987년 4월 어느날, 당시 군단장의 특별명령으로 우리는 특수한 임무를 부여받아 강원도 양구지역 최전방 GOP로 행군이동을 했다. 수색과 정찰, 매복작전 등을 수행하면서 혹시모를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던 어느날, 긴급한 명령이 도착했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었는데, 모든 작전활동을 중지하고 새로운 임무 즉 시위지역으로 투입될 수있으니 철저하게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개인별로 야산에있는 참나무로 진압봉을 만들고, 시위진압 훈련을 반복했다. 당시 중대원들은 수색매복 작전보다 진압훈련을 더 힘들어했다.
후방 소식을 알 수 있는 채널은 라디오밖에 없었는데, 연일 들려오는 뉴스는 심각했다. 우리가 곧 투입되겠구나 하는 암울한 짐작을 했다.

지금의 MZ세대와는 다른 구식 청춘들이었지만, 다들 답답한 표정으로 걱정했다. 비슷한 나이의 또래 대학생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하여 난감해하는 상황이었다. ‘제발 안갔으면 좋겠다’는게 공통적이었다. “소대장님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고 물어왔지만, 답변할 수 없었다. 나 역시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6월 중순경, 강원도 원주지역의 대학교로 부대가 이동할 것이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그 때부터 대학교의 위치와 지형지물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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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중대본부 천막에서 갑자기 함성이 들려왔고, 다들 한시름 놓게만드는 뉴스를 듣게되었다. 그것은 6.29 선언이었고, 대학교로 출동하는 계획이 취소된 것이다. 그날 우리는 축제의 어느 한 공간에 머무는 것처럼 다들 기뻐했다. 
그때 부대가 실제 투입되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행로를 가고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전역한 미 합참의장이 반드시 지키려 했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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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9월 미국 군부의 1인자 Mark Alexander Milley 합참의장이 임기 4년의 임무를 완수하고 전역했다.
밀리 장군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8월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는데, 참모총장 임기 중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합참의장 지명을 받아서 2019년 10월 합참의장으로 취임한 바있다. 후임 바이든 대통령도 Milley 대장이 합참의장으로서 4년의 임기를 완수하도록 보장했다.
4성 장군으로만 9년간 임무수행을 하고 총 43년의 군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Milley 대장이 미국인들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의 군인들에게 또렷하게 기억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2020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진입 등을 이유로 군대 출동을 명령했으나 거부했던 사실이다. 자신을 직접 합참의장으로 발탁한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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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으며, 당시 그는 미군 지휘관들에게 지휘서신을 보내 ‘미군의 임무는 대통령 일방적 지시에 복종하는게 아니라 수정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강조하면서 가벼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 수정헌법은 국민들의 5대 자유(Religion, Speech, Petition, Press, Assembly)를 엄중하게 보장하고 있다.
모든 명령은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가
지난 12월 7일은 검찰의 수사를 받던 이재수 前 기무사령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6주기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 라고 하면서 부하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지만, 부하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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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지시를 받아서 임무를 수행한 기무부대원들 입장에서는 이른바 민간인 사찰 관련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라는 혐의가 법리적으로 논쟁이 있을 수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사법처리를 받았다. 억울할 수있지만, 법적인 책임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형법 123조는 직권남용(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하여 명시하고 있는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 불법 계엄을 진행하던 도중 체포되어 구속된 김용현 전 장관의 혐의이기도 하다.
또한 군형법 제47조는 ‘명령 위반’관련,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정당한 명령’이라는 문구는 장병들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
명령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이 중요한 순간에 머뭇거림으로써 임무수행을 망칠 수있다. 명령 받을때마다 법적인 유불리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정상적 작전을 수행할 수없으며, 모든 군인들이 법률참모를 두거나 개인 변호사를 계약하면서 실시간 군생활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쟁터는 그렇게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적군을 향해 사격을 지시하는 것은 살인을 의미하고, 죽을 수도 있는데 부하들에게 목표물을 향해 전진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즉 개인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정당한 명령에 대한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법적 용어들에 대하여 따지거나 평가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상관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법적절차의 대상이 될 수있음을 군인들도 알아야 한다. 불법적인 계엄군 출동명령을 수명한 군인들도 예외가 될수 없다. 
군인들이 가장 먼저, 반드시 알아야 할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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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불법계엄 출동을 준비하던 군인들에게 ‘취소명령’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군복입은 군인들이 존중받고 존경받는 것이 30여년동안 정신교육과 군홍보를 담당한 정훈장교로서 바꿀수 없는 가치였고 군생활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3일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다시금 또 시작해야하는 후배 군인들에게 참으로 가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군이 멈추지 말고 가야할,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꼭 전하고 싶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이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헌법준수를 맹세하는 것처럼, 장교들은 임관시 “나는 대한민국의 장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며 부여된 직책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외친다. 부사관이나 병사들의 선서에서도 헌법준수는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데, 군복을 입고있는 누구나 반드시 간직해야할 소명이다. 그러나 임관이후 헌법에 대한 교육을 받거나 시대적 의미를 공유했던 경험은 별로 없다. 
제식훈련보다 먼저 교육받고 가슴에 새겨야 할 과목이 헌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2일 제정되었으며, 현재 헌법은 1987년 국민투표 이후 1988년 2월부터 시행되었다. 헌법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기본골격을 이루고있으며, 5천만 인구가 공감할 수 있는 바이블이자 근원적 가치인 것이다.
특히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천명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장이 이어진다. 짧지만 듣기만해도 가슴벅차고 뿌듯해진다. 군인들이 명령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헌법 1조를 기준으로 삼는게 바람직하다.
비록 12월 3일은 대한민국 국군, 군인들에게 치욕의 날이었지만, 거기에서 멈출수 없다. 군대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믿음직한 군대로 일어서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장군, 장교와 부사관을 대상으로하는 다양하고 지속적인 헌법교육 프로그램이 출발하길 소망한다. 
군이 스스로 치열하게 노력하고, 국민들께서도 비판은 하되 따뜻한 마음으로 성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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