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킴(YEMIKIM)은 일상적인 풍경과 사물에 디지털을 활용한다. 그녀는 자기 경험과 해석으로 가상과 실재 사이를 넘나드는 재구성된 공간들을 연출해 왔다. 예미킴(YEMIKIM)이 만들어낸 느낌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판도라의 환상적인 색감으로 그녀가 그려낸 이미지의 재가공과 작업방식은 관객을 환상 속의 세계로 부른다.
미디어로 둘러싸인 오늘날 우리는 존재성 회복을 위해 디지털적이면서, 시대적인 시간과 공간 개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공간 개념 정립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유토피아는 실제 장소일 수 없는 위안의 장소일 뿐 유토피아는 지난한 세월이 흘러 도달한 지금의 순간에서도 인간이 여전히 갈망하는 철학이 되었다. 작가 예미킴은 화면에 유토피아적이며, 존재든 비존재든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의미의 공간을 보여낸다.
장자가 극한의 자유를 펼쳐놓는 ‘환상’의 세계는 자신을 옥죄는 엄혹한 현실을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장자가 겪었던 중국은 시대상이 굉장히 혼잡스러웠고 지나친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된 통치자들은 무분별한 전쟁을 일삼았다. 장자는 당시 느꼈던 비참함을 환기하고자 이상 세계를 지향하게 되었다.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이란 장자가 추구했던 세계로 언어 그대로를 해석했을 때 어디에도 없으며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을 뜻하지만, 장자는 무하유지향을 사전적 정의에서 나아가 확실히 존재하며 언젠가 도달해야 할 안식처로 보았다.
작가의 예술적 소양은 앞서 언급한 장자의 무하유지향과 일맥상통한다. 예미킴이 보인 자유의 ‘환상의 공간’은 어떤 피안적인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무엇에도 구애됨이 없이 내면의 세계에서 노닐고자 하는 미적 세계다. 예미킴이 그려낸 이상향은 어떠한 속박과 굴레도 없는 무(無)를 상징한다. 작가는 무의식 저편 어딘가 틀림없이 존재하는 고유의 세계를 잠재된 관점으로 인지하고 흡수하여 예술의 영역에서 초월적으로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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