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두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쓴 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발의 당시 고건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소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도 탄핵소추안 발의 등 구체적 행동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내년 1월1일까지 결정해야 하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한 권한대행을 향해 “시간 지체가 최선이냐”라고 비판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포함된 명태균 의혹에 긴장하는 국민의힘?
조선일보는 3면 「김건희 넘어선 ‘김건희 특검법’… 野의 노림수는 명태균의 입」 기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6개에 대한 재의(再議)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이 탄핵소추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처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명태균씨 관련 의혹이 포함됐다.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이 있다.
조선일보는 “그런데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특검법 수사 대상에 명씨 관련 의혹을 포함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한다. 현 여권 주요 정치인들과 직간접적으로 친분을 맺고 불법 여론조사를 하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명씨가, 민주당이 김 여사를 넘어 노리는 뇌관이란 것”이라며 “야당이 추천한 특검 수사가 개시되면 여권 대선 주자급 인사들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무차별 제기될 수 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국민의힘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명씨는 창원지검에 구속되기 전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가 윤 대통령 부부는 물론 현 여권 주요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했고,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후로 당대표 경선에 도전한 인사들도 만났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거론한 여권 인사들은 ‘명씨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부인했지만 정치권이 출렁였다”며 “명씨가 친분을 과시한 인사 상당수가 여권의 대선 주자급 인사란 점도 여권엔 고민거리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명씨 리스크는 국민의힘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의혹이 제기된 대선 주자급 인사들은 특검발(發) 명씨 주장의 진위를 밝힐 틈도 없이 타격을 입은 채 대선 레이스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김 여사 특검법의 위헌성과 정치적 여론 재판 악용 가능성 문제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 “시간 지체가 최선?” 동아 “시간 끌면 소모적 논쟁 커질 것”
중앙일보는 「정국 혼란 줄이려면 내란·김여사 특검 수용이 현실적」 사설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임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한층 민감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연말까지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며 “두 특검법은 특별검사 후보자 두 명의 추천권을 모두 야당이 행사하는 논란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그동안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디올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수사 결과와 과정 모두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좌천성 인사를 당하는가 하면 새로 온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황제 수사’와 ‘검찰총장 패싱’ 논란까지 일으켰다. 지난 10일 네 번째 특검법에 여당 의원 일부가 동조하면서 195명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이 때문”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인 내년 1월1일까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한 권한대행을 향해 “내란 수사를 둘러싼 혼란과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게 최선일지 숙고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거대 야당이 한 총리 탄핵에 나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짙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도 「韓, 6개 법안 재의 요구는 불가피… 양대 특검법은 다르다」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세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가 특검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라며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이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끈다면 소모적인 논쟁만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겨레 역시 「한덕수 권한대행, 내란·김건희 특검법 즉각 공포하라」 사설에서 “내란 관련자들의 증거 인멸 등이 우려되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특검을 통해 내란 행위의 전모를 밝히는 일이 시급한데도, 총리실은 이들 특검법을 거부권 최종 시한 전날인 12월31일까지 검토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까지 무력화하려 한다면 ‘내란 동조범’으로서 윤 대통령과 함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탄핵 찬성 의원들 왕따 논란 불거져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향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6면 「與, 탄핵 찬성 의원 ‘왕따’ 논란… “배신자라고 속삭이고 가”」 기사를 보도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동아일보에 “국회에서 마주치면 악수도 거부하고, 심한 경우 가까이 와서는 ‘배신자’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가더라. 왕따나 따돌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이 가해지니 초재선 의원들이 쇄신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변화를 원하는 의원들끼리 소통은 있지만 ‘나도 왕따가 될 수 있다’는 무서움 때문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당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탄핵찬성파 뿐 아니라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공식 석상에서 악수를 일부러 하지 않거나, 피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생들도 잘 하지 않을 이지메(집단괴롭힘)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지역구를 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지방에 내려가 최근 국회로 오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에 적극 반대한 의원들이 인접한 지역구의 탄핵 찬성 의원을 비난하는 여론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검사 탄핵안 발의한 민주당 헌재 불출석에 조선일보 “헌재 농락”
국회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4차장·최재훈 반부패2부장 검사 3명을 탄핵 소추하고도 약 2주 동안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더니 헌법재판소 재판에 불출석했다. 18일 헌법재판소가 검사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지만, 3분 만에 종료됐다. 탄핵 심판의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측에서 누구도 나오지 않아서다.
조선일보는 「검사 무더기 탄핵소추 하더니 재판엔 ‘노 쇼’, 헌법·헌재 농락」 사설에서 “목표였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뤄졌으니 그동안 남발했던 다른 탄핵들엔 관심이 없어진 것”이라며 “민주당은 검사 3명의 탄핵소추 이유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들었다. 검찰의 이 사건 처리 과정에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상 탄핵소추는 ‘직무 집행에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 검찰 수사에 대한 이견과 검사 탄핵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도 민주당은 탄핵부터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 지검장 등의 직무가 정지되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와 공소 유지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계산한 것”이라며 “지금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심 징역형 선고가 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사건 등을 맡고 있다. 검사 탄핵의 진짜 목적은 이 대표 수사와 재판 지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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