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지서 북한 ICBM
정각 발사하면 핵실험보다
국제사회 파급력 클 것”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전장에 뛰어들어 피를 흘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향후 거머쥘 ‘피의 대가’와 관련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사이버 공간에 이르기까지, 북한과의 전방위 협력을 예고한 러시아가 ‘공통의 위협인식’에 기초해 미국을 염두에 둔 군사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가정보원은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북한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 반대급부 제공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취약한 방공망·전투기 등을 러시아가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지만, 미국을 겨냥한 안보협력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개최된 ‘2024 북한군사포럼’에서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을 북한에 대여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통상 ICBM을 (자국 영토인) 캄차카반도에 떨어뜨린다. 그것을 북한 미사일로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도움을 받은 북한이 ICBM 정각 발사로 재진입·다탄두 기술 등을 증명할 경우, 워싱턴을 포함한 전 세계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당국자들은 지난 몇 년간 북한 ICBM 관련 우려를 언급하며 미사일 방어 능력 증강 필요성을 강조해 온 바 있다.
함 책임연구위원은 “지금 단계에서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북한 도발이 과연 핵실험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핵실험보다 ICBM 정각 발사가 더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맥락에서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국면 전환용으로 소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함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안전판’을 확보했지만 북중관계는 소원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으로 얻는 이익이 비용보다 커야 하는데, 큰 이익이 없어 보인다. 비용이 오히려 증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은 한미일 협력 강화의 ‘명분’이 될 수 있는 북한 핵실험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입장에선 중러를 오가는 ‘시계추 외교’를 통해 더 큰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만큼, 핵실험 카드를 쉽게 사용할 리 없다는 지적이다.
함 책임연구위원은 “정치적·전략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국면에서는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꺼내 전략적 공간을 좁히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실험 후 협상 국면?
기존 생각 내려놔야
기술적 수요 따를 것”
일각에선 △ICBM 발사 △핵실험 △협상 재개로 이어지는 북한의 ‘오래된 문법’이 반복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적 수요라는 평가다. 전략도발이 협상을 위한 포석이 아니라 기술력 검증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핵실험 이후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생각은 “좀 내려놔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미 여섯 차례 핵실험을 했고, 올해 3월 러시아 반대로 유엔(UN)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종료됐다. 북한은 나름 절반가량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얻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위주로, 철저한 기술적 수요에 근거해 (핵실험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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