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면세점’ 살려라… ‘임대료’ 이어 ‘수수료’도 낮출까

시사위크 2024.12.19 조회수

올해 3분기 주요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중국 내 수요 부진과 소비 방식의 변화, 임차료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한때 연평균 20%의 고성장을 이어가던 면세점 업황이 어느 때보다도 어둡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외국인 관광객 수는 회복됐지만 면세점 업계는 팬데믹 당시보다도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특허수수료 조정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면세점 매출 ‘반토막’… 올해 3분기엔 ‘적자’, 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1,1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13조7,5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15조5,051억원)보다도 적으며, 2019년 24조8,586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 난 수준이다.

특히 올해 3분기엔 주요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모두 적자를 냈다. 세부적으로 롯데면세점의 영업손실은 460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신라는 387억원, 신세계 162억원, 현대는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됐다.

시장에서는 중국 내 수요 부진과 소비 방식의 변화, 임차료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신세계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공항점의 정규 매장 운영 면적이 늘어나면서 임차료가 전분기 대비 60억원 늘어난 영향”이라면서도 “면세점의 부진은 결국 중국 소비 경기 부진 영향에 귀결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호텔신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TR(면세사업) 부문 수익성 훼손 이유는 방한 외국인 수 회복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이용 회복이 여전히 부진해 할인율이 크게 상승한 데 있기 때문”이라면서 “상반기 흑자였던 국내 공항이 적자 전환한 것도 결국 면세 구매액 회복이 뒤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TR 수익성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 소비 경기 회복도 필요하지만, 해외 여행객의 면세 쇼핑액이 다시 크게 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면세점 업황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특허수수료율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뉴시스

◇ 4분기 전망도 ‘흐림’… 정부, ‘특허수수료율’ 낮출까

업계서는 면세점 업체의 적자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가 면세업계에는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다. 18일엔 1,450원대까지 치솟았다. 국내서 발생한 정치적 혼란으로 해외 일부 국가는 광화문‧여의도 등 일부 지역과 관련해 여행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적용됐던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감경 혜택도 올해 종료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특허수수료율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업계도 주목하는 모양새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8일 개최된 ‘제5차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서 정부는 면세점 특허수수료 조정안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등 정부는 2017년 면세점의 특허수수료율은 매출 구간에 따라 △2,000억원 이하 0.1% △2,000억원~1조원 0.5% △1조원 이상 1.0 △중소중견기업 0.01% 등으로 지정했다.

관세법에 따르면 면세점 특허수수료는 정부가 면세점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제도로, 면세점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 매출액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 업계에 대해선 특허수수료가 50% 감경됐다.

이번 달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도 사실상 입점 면세점의 임대료를 감면하는 조처를 했다. 지난 10일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 내 동선에 있는 매장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터미널 이전 전까지 일시적으로 영업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부과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한은 11월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로 전망된다.

본래 인천공항은 2022년부터 여객 수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해 오고 있다. 올해 여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에 거의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매출액은 여객 수가 많다고 높아지지는 않는다.

한화투자증권의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의 공항 면세점 임차료는 월 40~50억원 감면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매출액에 정해진 영업요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책정한 임대료를 통해 기존 방식보다 감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서는 인천공항의 매출 40%가량이 입점 면세점 임대료에서 나오는 만큼 어려운 업황을 감안한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일시적 임차료 부과 변경 방식은 수익성에 즉각 도움이 될 수 있겠다”면서 “다만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므로 중국 경기 반등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면세점 업황 자체가 턴어라운드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평가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