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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대표 해임안 부결, 현 체제 유지… 경영권 쟁탈전 막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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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 안건이 전부 부결됐다. 사진은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박재현 대표가 자신을 해임하는 ‘박재현 사내이사 해임 안건’ 표결을 지켜보는 모습. / 잠실=제갈민 기자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 안건이 전부 부결됐다. 사진은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박재현 대표가 자신을 해임하는 ‘박재현 사내이사 해임 안건’ 표결을 지켜보는 모습. / 잠실=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잠실=제갈민 기자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그룹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제안한 박재현 대표이사(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 안건이 전부 부결됐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의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 계획이 무산되면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등 ‘4인 연합’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한미약품 임시주총은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측이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한 이사 해임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신규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임시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수 1,268만214주 가운데 출석률은 80.59%(1,021만9,107주)를 기록했다.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안으로 분류돼 출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먼저 표결이 진행된 박 대표와 신 회장 이사해임 안은 각각 출석주주 53.6%가 찬성해 모두 부결됐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는 10명으로 정족수가 가득 찬 상황에 해임된 이사가 없어 장차남 측에서 제안한 이사선임 안은 자동 폐기됐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19일 오전 잠실역 인근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했다. / 잠실=제갈민 기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19일 오전 잠실역 인근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했다. / 잠실=제갈민 기자

사실상 장차남의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으로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내년 당장 내년 3월말 한미약품 이사 1명의 임기가 만료되고, 2026년에는 총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장차남 측에서는 현재 한미약품 이사들의 임기 만료시기에 맞춰 자신들의 측근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려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의 갈등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이다.

임시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시장에서는 대한민국의 리스크는 대통령이고, 한미약품그룹 리스크는 ‘임씨 집안’이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실적은 크게 나쁜 것 같진 않은데 주가는 올해 연초 약 37만원, 현재는 27만원 정도로 하락폭이 커 주주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차남 측 의결권 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 측 변호사는 가족 간의 분쟁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간의 분쟁이 별개라고 얘기하는데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하나가 해결되면 반대편도 해결이 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사업비전보다 리스크가 종식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임씨 집안과 신동국 회장이 분쟁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지 않는다면 임시주총 100번 열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임 안이 부결돼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박 대표는 임시주총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착잡한 심경을 밝히면서 하루 빨리 갈등이 종식돼 지주사(한미사이언스)와 사업회사 간에 화합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고 입장을 전했다.

박 대표는 “오늘 결과로 한미약품이 나아가는 데 좋은 결론이 지어진 것 같아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모적인 임시주주총회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착잡한 심정”이라며 “앞으로는 소모적인 것보다 회사가 어떻게 발전을 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운데)가 임시주총이 종료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는 박명희 국내사업본부 전무(오른쪽)과 김나영 신제품개발본부 전무(오른쪽)를 포함해 최인영 연구개발(R&D)센터장(전무), 신해곤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영업 상무 등 4명의 본부장이 함께 자리해 박재현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 잠실=제갈민 기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운데)가 임시주총이 종료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는 박명희 국내사업본부 전무(오른쪽)과 김나영 신제품개발본부 전무(오른쪽)를 포함해 최인영 연구개발(R&D)센터장(전무), 신해곤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영업 상무 등 4명의 본부장이 함께 자리해 박재현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 잠실=제갈민 기자

이어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분쟁을 빨리 종식 시키는 게 회사 방향성이 좋지 않을까라고 우리도 생각했고 주주들과 회사 직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이런 점을 끝내고 예전처럼 회사의 방향성, 미래를 위한 고민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위(창업주 일가)에서도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경영권 분쟁이나 가족 간 불화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면 실적 자체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한미약품 임원진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오면서 지난 2년간 실적도 잘 나오고 있다. 가족 간 갈등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간담회에서는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등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이) 독립경영을 한다는 게 (지주사로부터) 완전히 분리한다는 건 아니며, 인사팀과 법무팀 등 부분만 최소인원으로 한미약품에서 가져간다는 것”이라며 “세부적인 부분에서 조정이 있을 수는 있으나 대부분 업무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한미사이언스와 위수탁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며 업무 위탁 관계의 틀을 깨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5·2026년 임기만료 이사와 관련한 대응책으로는 “새로운 이사로 진입하는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한미약품이 가야하는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한 방향, 한 목표를 위해 논의할 것이고, 한미그룹 자체가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에서는 한미약품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승복하고 주주들의 의견을 받들어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주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 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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