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8시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폴리염화비닐(PVC) 야적장에 다가가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날 늦은 밤 발생한 화재로 이곳에 쌓여 있던 PVC 파이프들이 다 녹아 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자재를 옮기는 데 쓰이는 하얀색 트럭은 앞 부분만 남기고 새까맣게 타버렸다.
야적장 운영자 배모(58)씨는 “일을 마친 뒤 불이 나서 화재 원인을 모르겠다. 마음이 매우 착잡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활활 타오르던 불길은 바로 옆 빌라로도 번졌다. 야적장과 맞닿아 있는 세대 창문들은 모조리 깨져 있었고 건물 벽면에는 그을린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다.
빌라 주민 서모(62·여)씨는 “위층 주민이 불이 났다고 알려줘서 급하게 나와 보니 ‘뻥’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새빨간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80대 주민은 “교회에 갔다가 와보니 이미 불이 크게 난 상황이라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새벽에 모텔에 머물러야 했다”고 토로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22분쯤 104㎡ 규모 야적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 쌓아둔 PVC 등 건축 자재를 태웠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등 135명과 장비 57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3시간 35분 만인 오후 11시57분 불을 완전히 껐다.
불이 인근 주택가까지 번지면서 주민 4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재민은 병원으로 이송된 4명을 포함해 총 19명(18세대)이 발생했으며 9명은 미추홀구에서 마련한 임시 주거시설(모텔)에, 나머지 6명은 친척이나 지인 집에 머무르고 있다.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와 미추홀소방서 등은 이날 오전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글·사진 홍준기 기자 ho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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