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유시민 작가와 함께 저널리즘을 이야기하며 시청자 뇌리에 깊이 각인된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가 신간 「오염된 정의」를 내놨다. 저자는 1993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32년 차 기자로 사회부장을 거쳐 현재 뉴스스탠다드실장이다. 2000년대 중반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진실 규명에 기여한 보도로 한국여성기자협회 올해의 여기자상,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질문들」 방송에서 편집된 기자 김희원의 문제의식이 좀 더 궁금했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론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나쁜 보도가 무능하거나 악의적인 기자 탓이라고 결론 내린다면 너무 단순하다. 기자에게 욕설과 화를 쏟아내는 건 간편하다. 더 근본적인 뉴스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디지털 환경의 뉴스시장은 좋은 뉴스에 보상이 거의 없다.” 저자는 “왜곡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당장의 이득을 추구하다 결국 언론계 전체가 신뢰를 잃는 구조”라면서 자신을 “탁한 어항물을 바꾸지도 탈출하지도 못하는 금붕어 신세”로 묘사한다. 수많은 ‘금붕어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언론의 문제를, 1인 미디어라는 더 큰 문제가 덮는다”며 1인 미디어의 상징적 존재인 김어준씨 문제도 지적한다. 저자는 “2020년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 제기에 앞장선 가로세로연구소는 김어준이 제작한 영화 ‘더 플랜’을 ‘소름끼치는’ 근거로 내민다. 영화가 주장하는 2012년 대선의 개표 조작 근거들이 2020년 총선 부정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라면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던 민경욱 전 의원과 김어준씨를 ‘음모공동체’로 명명한다. 이어 “민경욱과 보수 유튜버를 비웃는 것만큼 쉽게, 그 영감의 원천인 ‘더 플랜’을 반성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김어준씨를 옹호하는 유시민 작가에 대한 비판도 등장한다. “정치적 신념에 사실을 굴절시키는 한 유시민의 사실, 균형, 정의는 상대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다.” 저자는 “그에게는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고 진보 정당이 집권하는 것만이 ‘대의’이고 ‘정의’”라고 했으며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때도 유시민이 가리키는 사실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시민이 언론을 비판하는 진짜 이유는 진보 진영을 편드는 보도를 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정치 시사 유튜브가 운동이자 예능으로서 기능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것으로 언론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MBC 「질문들」에서 말한 것처럼 다시금 당파성에 휩쓸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황우석 사태 취재 과정이 실감 나게 등장한다. “황우석 사태는 과학의 실패이자 언론의 실패다. 황우석 옹호에 앞장선 쪽은 오히려 전문성 높은 과학 의학 전문기자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꿋꿋하게 진실을 드러낸 MBC PD수첩” 사례에도 주목하며 ‘가까스로 밝혀지는 진실’을 좇는 언론인들을 누구보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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