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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간호사 골수검사’ 무죄 논란 확산…간호법 시행령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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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이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제공=뉴시스]
간호사들이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간호사의 골수검사를 위한 골수 천자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며 의료계 안팎에서 간호사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이 점화됐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환자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골수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대법원은 2018년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간호사들에게 ‘골막 천자’ 검사를 지시한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의료행위 자체가 아닌 진료 보조행위의 경우 의사가 모든 현장에 입회해 간호사들을 일일이 지도·감독할 수 없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골막 천자 검사란 골막뼈 겉면을 뚫어 골수를 채취해 조직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백혈병 등 혈액학적 질환 및 조혈기관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검사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전문간호사협회(이하 한간협)은 환영의 의사를 내보였다. 한간협은 ▲표준화된 지침을 준수하고 숙련도를 갖춘 전문간호사에 의한 골수검사를 인정했다는 점 ▲간호사를 의료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으로 인정한 점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진료지원업무 위임이 이뤄져야 함을 명시한 점을 강조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간협은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는 의료기술과 사회의 발달에 따라 변화돼 왔다”면서 “(해당 판결은) 특히 올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공백에 전문간호사를 비롯한 간호사들이 투입되면서 확장된 업무 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를 나누기보다 안전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동일한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근거해 향후 간호법 제14조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대한 합리적인 시행령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제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의사협회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제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대해 환자 당사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전날 백혈병·혈액암 환자 354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골수검사 경험이 있는 백혈병·혈액암 환자의 60.5%가 골수검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것에 찬성했다. ‘교육·수련과 의사의 지도를 받으면 전문간호사도 골수검사를 하도록 하는 것에 찬성하는가’라는 항목에도 반대가 49.4%로 찬성 39.3%를 웃돌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3%이었다.

환우회는 “골수검사와 같이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침습적 검사행위에 대해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대법원 판결에 크게 반발했다. 병의협은 같은 날 “2차 병원은 대학병원만큼 인력이 풍부하지 않다. 대법원에서 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할 수 있다고 판결해 버리면 골막 천자는 숙련됐는지 알 수 없는 간호사가 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할 심각한 의료사고와 피해는 환자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희(이하 의협)에서도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전문간호사라도 특정된 ‘간호사’ 자격을 부여받았을 뿐 의사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본질적으로 간호사의 면허된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 하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부위의 안정성, 단순 숙달 등을 이유로 면허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협은 지난 8월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의료전문지식이 없는 법원에서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음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 판결 또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간호법 시행령에는 의료계에서 논란이 컸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월 19일 의대정원 증원 발표에 반발한 전공의 약 1만명이 집단사직을 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정부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때 발표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에는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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