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탄핵심판 관련 서류가 송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 수사와 관련해서도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소환에 불응하는 등 ‘버티기’에 나선 모습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과 어긋난 행보를 보이면서 정치권에선 비판이 새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18일 윤 대통령에게 보낸 탄핵심판 관련 서류가 송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청구 접수 통지와 답변서 및 의견서, 준비절차 회부 결정, 기일 통지, 출석요구 관련 문서 등을 보냈다고 한다. 인편과 우편, 전자송달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대통령실과 관저에 보냈지만, 각각 ‘수취인 부재’와 ‘경호처 수취 거부’ 등 사유로 송달되진 못했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관련 문서를 송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헌재는 의도적으로 수령하지 않는 것인지를 추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버티기 전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국방부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전날(17일) 대통령실과 관저에 보낸 윤 대통령에 대한 출석요구서도 ‘미배달’, ‘수취 거부’ 등 사유로 반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소환 통보를 했으나, 윤 대통령 측은 법률 대리인이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이후 특수본은 지난 16일, 오는 21일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는 ‘2차 소환 통보’를 했으나 확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공조본의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가 번번이 불발된 것도 이러한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 책임 회피하지 않는다더니 ‘묵묵부답’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비상계엄 해제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하며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와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이 나온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에서 “지난 담화 역시 늘상 하던 거짓말에 불과했다”고 쏘아붙였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대해선 ‘직접 변론’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기관의 수사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변호 조력인’을 자처한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법적인 시비를 가릴 기회는 탄핵심판”이라며 “수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탄핵소추로 권한만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수사기관에서) 오란다고 가고 (하겠나)”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의 ‘묵묵부답’에 각 기관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모습이다. 헌재는 일단 송달 관련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계속 수령을 거부할 경우 발송하는 순간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발송송달’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헌재는 윤 대통령에게 오는 24일까지 입증계획과 증거목록 제출을 요구하면서 계엄포고령 1호,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들은 그간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수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경찰에 이어 이날 검찰도 윤 대통령 관련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기로 하면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적법한 출석 소환에 수취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그런 부분을 유심하게 보고 있다”며 “신속하게 적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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