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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서 권리 외면”…외국인 취업자 100만↑에도 ‘개선 촉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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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고용허가제 20년, 무권리 강제노동, 차별과 착취 피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8월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고용허가제 20년, 무권리 강제노동, 차별과 착취 피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101만명을 기록했다. 그만큼 이주노동자의 필요성이 커진 것인데, 이를 두고 더 이상 20년 전 도입된 고용허가제 틀을 유지하면서 땜질식 처방만을 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통계청의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56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9.1%(13만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전년에 비해 8만7000명 늘어난 101만명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취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영향이 사라진 데 이어 취업 비자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적별로 취업자를 살펴보면 한국계 중국인이 3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베트남이 12만3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체류자격별 취업자는 비전문취업(30만2000명), 재외동포(25만8000명), 영주(105000명) 순이었다.

산업별 취업자는 광·제조업(46만1000명), 도소매·숙박·음식점업(19만1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14만4000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는 95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3000명 늘었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200~300만원 미만(48만9000명), 300만원 이상(35만4000명) 등이었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84.3%로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됐다. 다만 출신 국가, 한국어 능력 등을 이유로 지난 1년 동안 차별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7.4%로 기록됐다. 특히 차별 대우를 받았음에도 시정을 요구한 경우는 15.3%에 그쳤으며 시정 요구에 효과가 있었다고 답변한 비중도 39.3%에 불과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고용허가제(E-9) 도입 등으로 인해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 6월 제도 시행 20년 만에 누적으로 100만명을 넘게 됐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내국인과 똑같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등의 적용을 받으며 최대 4년 10개월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현재 고용허가제 송출 국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16개국이다.

E-9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임업, 광업과 일부 서비스업 등인데, 최근 음식점 주방보조, 가사관리사로도 고용이 가능해지는 등 적용 업종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26일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 앞에서 진행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6월 26일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 앞에서 진행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처럼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20년간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 산업 현장 속 필수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비전문 외국인 노동자는 여전히 내국인과 어울려 사는 이주민이라기보다 내국인이 기피해 인력이 부족한 산업의 일자리를 채우는 인력 정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언어와 문화적 한계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위험에 더 취약하다. 지난해 산재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0.5%였는데, 이는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율이 3.2%라는 것을 비교해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내국인보다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지난 6월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가 대표적이다. 아리셀 공장에선 모두 23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중 18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E-9 비자가 아닌 재외동포(F-4)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E-9 근로자들 역시 부실한 안전교육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고용허가제는 근로자들의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최초 3년간 3회, 추가 1년 10개월간 2회에 한해 허용된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기본권 침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동연구원은 지난 1월 발간한 ‘고용허가제 대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권리 중심의 노동허가제가 필요하다”며 사업장 변경 자유는 물론 정기적인 산업안전 교육 제공, 숙련기능 인력으로의 변경 조건 완화, 숙소 조건 확인 후 고용허가서 발급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성명을 내고 “이주노동자 협약을 즉각 비준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편향돼 추진되고 있는 확대 정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아울러 고용안정과 산업안전 강화,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을 통해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도록 제도 및 노동환경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인원을 늘리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권리는 부정하고 있다”며 “그간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제한을 없앨 것과 숙식비 지침 개선 등을 요구했는데 오히려 후퇴하거나 개선의 움직임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인정한 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아울러 혐오·착취·차별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하며 전국 곳곳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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