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경제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에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 공동저자인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18일 IT조선이 주최한 유통·물류 디지털 혁신 포럼 ‘디지털유통물류포럼 2024’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날 내년도 ’10대 키워드’로 ▲옴니보어 ▲#아보하 ▲토핑경제 ▲페이스테크 ▲무해력 ▲그라데이션K ▲물성매력 ▲기후감수성 ▲공진화 전략 ▲원포인트업 등을 언급했다. 10개의 키워드를 영문 첫 글자로 조합하면 ‘SNAKE SENSE'(뱀의 감감)이다.
메인 키워드는 ‘옴니보어’다.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진다는 의미로 나이와 성별·소득·인종 등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를 지칭한다. 쉽게 말해 ’10대 SNS 스타’, ’50대 늦깎이 학생’, ‘화장하는 남성’ 등이 옴니보어로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나이나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기준으로 시장을 구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 상황 등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아보하’를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로 평범한 청년의 삶을 반영하는 트렌드다. 이와 유사한 키워드로 ‘토핑경제’와 ‘무해(無害)력’이 있다.
토핑경제란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보다 부수적인 요소인 ‘토핑’이 더욱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시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무해력’은 무해하기 때문에 가지는 힘이다. 불경기·사회적 갈등 심화 등 어려움 속에서 무해함은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 준다는 게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그저 무난하고 무탈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마케팅 용어로 변질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피로이자 반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는 이제 100% 완벽한 상품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 내가 완성한 완제품을 갖고 싶어한다”며 “기업 역시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100%가 아닌 80%만 제공해 소비자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전했다.
‘물성(物性)매력’도 주목할 만한 키워드다.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다.
그는 “디지털이 아무리 발달하고 AI로봇이 우리의 일상이 된다고 해도 엄연히 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며 “사람들은 여전히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에 물성으로 경험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더 오래 간직할 것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원포인트업’을 강조했다. 요즘 직장인들은 위대한 인물을 롤모델로 삼고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며 조금씩 성취감을 쌓는다.
최 연구위원은 이처럼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포인트업’이라고 칭했다.
이외에도 얼굴과 표정을 표현하고 읽는 기술이 급성장하는 ‘페이스테크’, 기후위기로 인해 바뀌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기후감수성’, 기업이 열린 생태계를 지향하는 ‘공진화 전략’ 등이 주 키워드로 꼽았다.
끝으로 최 연구위원은 “2025년, 우리는 뱀의 지혜를 본받아 변화의 흐름을 타고 나아가야 한다”며 “이런 능력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변화의 시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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