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영택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의 ‘우군’으로 분류됐던 기업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가운데, 우호 세력 중 하나로 꼽혔던 외국계 기업 트라피구라도 고려아연 지분을 일부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 중개 회사 트라피구라는 지난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 전 1.49%(30만7천678주)에 달했던 트라피구라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공개매수 이후 23만여 주로 줄어들어 1.1%대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라피구라는 2022년 11월 고려아연과의 사업 제휴 강화를 위해 자사주 30만7천678주를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매입한 바 있다.
당시 1주당 매입가액이 64만7천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트라피구라는 이번 지분 정리를 통해 1주당 20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액수로 150억∼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트라피구라 외에도 최 회장 측 ‘백기사’로 알려진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등도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타이어는 각각 0.8%, 0.7%에 해당하는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블루런밴처스(BRV)캐피탈,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등도 고려아연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우호 세력의 이탈로 인해 시장은 최 회장 측 지분이 34%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4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원 교체 등 회사 경영권을 좌우할 핵심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내년 1월 말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동향도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7.48%(154만8천609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9∼10월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거치며 위탁운용사들을 통해 보유 주식을 상당수 처분했을 것으로 운용업계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런 행보는 지난해 하이브-카카오 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당시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 절반가량을 매도했으며, 매도된 주식 대부분은 위탁 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우호 세력의 이탈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향후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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