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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환율·소비침체… 내년 유통가 경영전략은 ‘비용 줄이고·해외 나가고’

조선비즈 조회수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정치권발 악재가 실물 경제 전반을 쥐고 흔드는 형국이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여전히 1430원대에 머물고 있고 한번 경색된 내수 경기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과 내수 경기에 민감한 유통업계는 내년 사업계획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 실적 방어를 위한 묘수를 짜내기 위해서다. 유통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허리띠 졸라매기와 해외로의 확장이다.

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16일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연합뉴스 제공
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16일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연합뉴스 제공

◇ 비용 줄이고 큰 결정은 일단 미루고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금융시장 동향과 내수·거시 경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중 롯데 식품군은 원가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작황 부진 등의 여파로 수입 원자재 값이 오른 상황에서 환율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이익 방어가 쉽지 않은 탓이다. 롯데 유통군의 마트에서는 결제 화폐 변경이나 수입선 다변화 등을 고민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사업계획을 짜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 간 중첩되는 업무가 있으면 이를 비효율보단 시너지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강하게 들리고 있다. 곳곳에서 재무 출신 인사들의 목소리도 이전 대비 더 커졌다. 올해 10월에 새로 선임된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가 대표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수익성 확보와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 내년 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다.

CJ그룹도 탄핵 정국에 따른 사업상 변수를 따져보며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CJ그룹은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에도 이미 내년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마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불확실성을 고려해 중요 의사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농심은 부산 녹산 수출공장 건립 등 이미 결정된 사업 외에 신규 투자 계획 수립을 미루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경영전략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변수가 너무 많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 하노이 현지 고객들의 모습./롯데쇼핑 제공
베트남 하노이 현지 고객들의 모습./롯데쇼핑 제공

◇ 해외 시장 진출·성공은 이제 생존 필수 조건

해외 시장 진출은 이제 과제나 숙원이 아닌 생존 조건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글로벌 진출 전략을 짜기 위한 해외 조직과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분주하다.

롯데그룹은 식품·쇼핑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동남아 공략을 위해 연내 싱가포르에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설립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막힌 해외 사업을 동남아 시장을 필두로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0월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승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백화점 기획전략본부에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을 총괄하는 뷰티 전략 TF팀을 신설했다. 뷰티 사업의 미국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hy도 최근 조직개편에서 동남아·북미 등 지역별 팀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사업부를 신설하고,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제품은 해외 수출 비중이 낮지만 남양유업도 베트남 시장을 필두로 동남아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성장은 이미 둔해졌고 그나마 성장세가 남아있는 해외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면서 “과거엔 해외 시장에서 잘 되면 좋다는 취지로 사업 계획을 짰지만 이젠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좀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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