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서 ‘대통령’ 칭호를 빼고 있다. 대신 “내란죄 피의자”, “내란수괴 윤석열”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는 보이지 않던 현상이다.
경향신문은 12월5일자 사설 「민주주의 지켜낸 시민들의 용감한 저항」에서 ‘대통령’ 칭호를 뺐다. 가장 첫 부분만 ‘대통령 윤석열’이라 적시한 뒤 “윤석열의 기습적인 ‘친위 쿠데타’”, “그들에게 윤석열은 전두환이었다” 등 본문에 대통령 직함을 붙이지 않았다. 이 원칙은 이후 대통령 관련 사설에서 동일하게 적용됐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입건한 다음날(9일)엔 ‘내란 수괴 윤석열’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경찰과 검찰은 외환 음모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라. 그게 주권자의 명령”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당일(14일) 사설에선 “윤석열은 내란 수괴임이 명약관화하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심판을 집중 심리해 조속히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계엄 및 탄핵 관련 사설에서 ‘내란죄 피의자’, ‘12·3 내란 사태 피의자’ 수식을 ‘윤석열 대통령’ 앞에 붙이고 있다. 12월9일자 사설에서 한겨레는 “12·3 내란사태의 수괴인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등으로 표현했다. 한겨레의 지난 7일자 1면 제목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다.
시사IN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이 있었던 지난 7일 ‘거리편집국’을 차리고 특별판 ‘내란범 윤석열’을 배포했다. 시사IN 기자협회는 지난 6일 계엄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12·3 쿠데타 주범 윤석열을 처벌하라”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기사에 ‘윤석열 대통령’ 대신 ‘윤석열씨’로 통일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10일 당시에도 신문들은 사설에 ‘대통령’ 직함을 붙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모두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했다.
이기수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17일 통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내란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그래서 중립적으로 대통령 표현을 뺀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비교해선 “국정농단은 어디까지 (대통령이) 관여하고 어느 법리가 적용되는지 봐야 했지만 내란은 바로 현행범으로 수사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주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처음엔 비상계엄 사태라 쓰다가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시작한 6일부터 ‘12·3 내란 사태’로 용어정리를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내란을 주도한 것이 명백했다. 이후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이 의논을 해서 용어를 통일한 것이다. 12월8일부터는 윤석열 대통령 앞에 ‘내란죄 피의자’를 쓰기로 했고 사설뿐 아니라 기사에서도 최대한 그렇게 하자고 정리를 했다”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국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달리 이번엔 초반부터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 포고령만 봐도 군사력을 동원해 의회를 공격하고자 한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때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주간은 “박 전 대통령도 재판 끝나고 혐의가 대부분 확정됐을 때는 대통령을 붙이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021년 1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등으로 징역 20년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도 징역 1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며 “박근혜씨도 지금이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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