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종연 기자] 헌법학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을 내란죄로 수사하는 게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시위자에 대해 과잉진압을 한 것을 폭동으로 볼 수도 없고, 위헌적이라고 해서 폭동으로 성립시키는 건 억지라는 취지다. 국내 대표적인 헌법학자들이 이같은 의견을 내놓으면서 향후 수사나 헌법재판소 판단이 어떻게 이뤄질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지난 13일 ‘중앙일보’ 기고에서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청을 수용해 해제한 행위를 두고 내란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민감정과는 별개로 법적 요건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구체적 행위 등 엄정한 수사를 통한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 형법상 내란죄는 고의로 국가 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라고 했다.
그는 “계엄 이후 담화를 통해 대통령은 고의로 모든 국가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오히려 국헌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패한 군사정변(쿠데타)이 대표적인 내란죄다. 다만 세계 헌정사를 살펴보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통령의 과잉 ‘국가 긴급권’ 행사에 대해 내란죄로 처벌한 사례는 아직 없다”면서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엔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다퉈야 한다. 성립된다고 해도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우려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 대통령의 ‘내란죄’는 성립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16일 신동아 특별기고를 통해 “야당은 12‧3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계속해서 내란죄를 주장하며 대통령 탄핵이란 정치 공세를 이어왔다. 국민은 당혹과 놀람 속에서 한편에서는 분노와 한편에서는 좌절을 느끼면서 격정(激情)에 휩쓸렸다”라고 했다.
이어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은 탄핵과 내란죄 주장으로 국민의 격정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 의견은 극명하게 갈려 정치투쟁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가고 있다. 실로 국가적 위기”라고 정치적 우려를 전했다.
그는 “이번 계엄 발동의 배경 중에는 거대 야당의 입법권 폭주가 있다. 야당은 총선에서 얻은 다수표를 무기 삼아 장관과 검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장과 감사원장 등 고위 정부 관료들을 닥치는 대로 탄핵 소추해 직무를 정지했다. 한국 정치사는 물론이고 세계 의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은 법집행기관인 검찰·경찰·감사원, 그리고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 경비를 전액 삭감해 사실상 기능 무력화를 시도했다”면서 “예산의결권은 국회 권한이지만, 정상적 권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가적 위기라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가원수로서 가진 헌법상 계엄선포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국회의 반격 카드인 계엄 해제 요구권에 막혀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계엄 카드를 접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의 계엄권 발동은 헌법 요건은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계엄 발동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적 행위라고 해서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엄의 요건과 행사에 관한 1차적 판단은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몫”이라면서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다만 그 잘못(위헌성)을 사후적으로 확인해서 권한 행사를 무효로 돌리는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다”라고 했다. 처벌과 권한행사 무효는 별개이자 동일시 할 부분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위헌무효라고 해서 그 권한 행위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많은 법률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무효로 선언된다. 위헌적 형법 조항으로 인해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법률을 제정한 행위자를 처벌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위헌 확인의 효력은 그 권한 행사의 효력을 배제할 뿐이다. 만일 계엄 발동으로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면, 위헌법률을 제정한 국회의원도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위헌적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그 시정은 효력의 배제이지 처벌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형사적인 문제로 ‘내란죄’가 처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형법(87조)의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 하거나 그에 준하여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한 행사를 ‘폭동(暴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이 혹여 경찰력을 위법하게 사용했다고 해서 경찰의 무력 사용을 ‘폭동’이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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