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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위협·캐즘에 치인 K배터리… 위기 극복 안간힘 [결산 2024]

IT조선 조회수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 위협이 가속화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은 악화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의존이 커진데다가 국정 혼란으로 환율 상승 악재까지 맞았다. 이런 가운데도 배터리 업계는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해 포트폴리오와 폼팩터를 다양화 한다. 신규 투자도 속도 조절을 하면서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 각 사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 각 사

美 IRA 수혜에도 수익성 악화…3사 시장 점유율 20%도 위협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3분기 누적 8009억원(AMPC 1조1027억원 포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8250억원보다 50% 이상 줄었다.

삼성SDI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1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삼성SDI는 미국 팩 공장을 통해 총 649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SK온은 2024년 3분기 개별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3분기 누적으로는 7676억원(AMPC 2112억 포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1공장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1공장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CATL과 BYD 등 기업이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며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한 영향이다. 

5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28.3%의 성장률로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BYD 역시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며 점유율 2위(16.8%)를 확고히 하고 있다.

삼성SDI 기흥 본사 / 삼성SDI
삼성SDI 기흥 본사 / 삼성SDI

신규 투자는 ‘속도 조절’ 가동 준비는 ‘철저’

배터리 3사는 대미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신규 공장 가동은 차질없이 준비하며 생산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서 수주한 물량에 대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사업 투자를 확대한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지은 미시간주 얼티엄셀즈 3공장에 대한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한다. 추가로 단독공장을 설립하기보다 건설이 대부분 완료된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공장에는 총 26억달러(약 3조6500억원)가 투입됐다.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 조지아주 공장 전경 / SK온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 조지아주 공장 전경 / SK온

삼성SDI와 SK온도 예정대로 북미 신규 공장 가동을 추진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만든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을 조만간 가동한다.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위치한 해당 공장은 33GWh 규모의 각형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는 공장 가동을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75억5000만달러(약 10조6000억원)의 조건부 대출도 약속받았다. 스타플러스에너지 2공장(34GWh, 2027년 가동)과 GM 합작공장(최대 36GWh, 2027년 가동) 가동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다. 

SK온은 포드와 세운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1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장에선 포드 물량뿐 아니라 SK온의 단독 물량도 일부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형·LFP 등 신규 폼팩터 및 포트폴리오 강화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하나인 각형 배터리 공급 및 개발에도 일제히 뛰어들었다. 각형 배터리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중국 CATL이 주력으로 공급하는 제품이다. 국내 공급업체는 삼성SDI가 유일했으나 세계 시장 수요가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선 것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폼팩터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각형은 2018년 57%였으나 지난해 1분기 기준 65%까지 확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일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GM과 각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 배터리는 향후 GM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각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화 한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 등 모든 배터리 폼팩터를 포트폴리오로 갖춘 유일한 기업이 됐다.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 삼성SDI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 삼성SDI

삼성SDI는 현대자동차그룹과 GM 등에 공급을 확정짓고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현대차그룹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V90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도 파우치형 일변도에서 벗어나 2023년 초 각형 폼팩터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에 나섰다. SK온의 각형 배터리는 6월 업무협약(MOU)을 맺은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으로 공급이 유력하다.

배터리 3사는 그간 주력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30%가량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에 눈을 돌리는 완성차업체의 요구에 적합하다.

SEN리서치는 “가격 경쟁력과 높은 열안전성의 LFP가 NCM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했다”며 “중국 OEM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OEM이 LFP를 도입하면서 3사 역시 빠르게 LFP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온 LFP 배터리 시제품 / 이광영 기자
SK온 LFP 배터리 시제품 / 이광영 기자

계엄·탄핵 정국에 환율 급등…빚 많은 K배터리에 ‘치명적’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돌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것도 배터리 업계에는 대형 악재다. 고환율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 비용 증가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는 143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환율 상승은 달러로 주로 결제하는 수출 기업에 단기적으로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해 채산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현황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현황 / LG에너지솔루션

최근 수년간 잦은 해외 투자로 늘어난 달러화 부채는 평가 손해가 발생하게 돼 기업에 치명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기준 달러 부채는 6조8284억원으로 3개월 전(4조1607억원)보다 2조6000억원쯤 증가했다. 달러 부채가 달러 자산(4조4396억원)보다 많아 환율이 오를 수록 회계상 손실이 생긴다. 환율이 10%쯤 오를 경우 세전 손실은 2000억원이 넘는다.

삼성SDI 역시 달러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재무구조로 파악된다. 지난해 4분기 다운턴 이후 올 3분기 첫 흑자를 기록한 SK온에도 고환율은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한 부담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IRA 보조금이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해왔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IRA 수혜로 실적을 방어해왔지만 환율 상승은 새로운 악재다”라며 “트럼프 2기 출범을 기회로 만들어 긴밀하게 대응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여 중국 기업의 위협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IT조선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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