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멧돼지 출몰이 잦아지며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1500건의 멧돼지 출몰 신고가 접수됐고, 올해도 이미 450건 이상이 신고됐다. 지난 9월 창덕궁에서 멧돼지가 출몰해 사살되는 사건이 있었고, 10월에는 경남 양산의 한 지하철역에서 멧돼지가 난동을 부리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도심 멧돼지는 단순히 사람의 안전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330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인 관리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멧돼지 서식 특성과 이동 경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포획용 틀이나 차단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총기를 이용해 포획하는 기존 방법으로는 예방적 관리와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은 드론으로 야생동물의 분포와 서식지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서식지 지도를 작성하고, 일본은 드론으로 수집한 서식 환경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멧돼지 출몰 가능 지역을 예측해 효과적으로 이동 경로를 차단했다.
국립생물자원관도 이러한 첨단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드론을 이용한’한국형 멧돼지 탐지 표준화 기법’을 작년에 개발했다. 이 기술로 강원도 횡성군과 경상북도 상주 지역을 조사했는데, 멧돼지는 수목이 많으면서 경사가 조금 높은 능선을 따라 이동하고, 먹이활동은 수목이 적고 완만한 지역에서 하며, 휴식은 나지막한 산지에서 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첨단센서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접목한 ‘도심 멧돼지 서식 분포 및 이동 경로 예측 기술’도 개발하고, 수도권에서 멧돼지 출몰이 잦은 곳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멧돼지는 약 11m 정도의 큰 수목으로 울창한 능선을 따라 이동하고 경사도 30도의 가파르면서 밀집도가 높은 관목 덤불 군락에서 휴식을 취하며, 경사가 완만한 참나무군락 주변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하는 특성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러한 시범 적용 결과를 통해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등산로와 산책로에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멧돼지와 다른 야생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북한산국립공원을 비롯하여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도심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도시화와 생태계 변화는 멧돼지 출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드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 접근법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며, 야생동물 관리와 안전한 도시 환경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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