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탄핵안 가결로 직무 정지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국 안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외교·안보 영역에서의 신뢰 저하를 회복하고 경제 분야를 안정시키는 데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당이 추진한 법안에 대해 여권 내부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가 거세지면서 시작부터 정치적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16일 총리실 등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0시경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신중범 경제금융비서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비상계엄 사태로 대외적 신뢰 하락, 내수 부진 등 우려가 상당한 만큼 경제 분야를 우선 챙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대국민 담화에서 “내수 부진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적지 않다.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국민 여러분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오후 7시 40분경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권한대행으로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날(15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의 보고를 받고, 국무위원을 소집해 국정 혼란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간 대통령실이 주도해 온 4대 개혁 추진 과제 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업무 협조 문제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협의했다”고 전했다.
외교·안보 분야 수습에도 힘을 실었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 14일 각 부처에 긴급 지시를 내고 전 군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하는 등 ‘사회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아울러 전날 오전 7시 15분 경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한 권한대행은 통화에서 “정부는 외교 안보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한미동맹 또한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 ‘거부권 행사’ 고심… 정치적 부담 가중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을 맞이한 상황에서 대내외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힘을 싣고 있지만, 한 권한대행이 마주한 현실은 마냥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탄핵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야당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면한 문제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다. 민주당이 추진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은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되면서 오는 21일까지가 거부권 행사 시한이다.
특히 양곡법의 경우 야당은 ‘농민의 생존권’ 등을 강조하며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법정기한 내 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불발돼도 자동 부의되는 것을 막는 ‘국회법’의 경우도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산심사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즉각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견제하고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것이 (탄핵의) 바로미터”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행사는 여야 간 정책적이고 정치적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며 “한쪽을 거부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한 권한대행에게) 드렸다”고 했다.
이러한 야당의 압박에 여당은 ‘월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직무 대행으로서 헌법적 권리가 있는 만큼, 야당이 이를 탄핵 사유로 연결 짓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이런 식의 협박 정치는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 내에서 당당히 권한을 행사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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