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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러시아·북한 군사 밀착 등 한국의 경제·안보 지형을 한순간에 뒤바꿀 변수가 가득한 국면에서 대통령의 빈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 보인다. 외교·국방의 불확실성이 경제로 옮겨붙어 외국인투자가가 빠져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국회가 똘똘 뭉쳐 길게는 반년 이상 이어질 권한대행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서울경제신문에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국내 리더십 공백에 대응해 국회·정부에 더해 경제계 등 민간까지 참여하는 민관정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교관 출신인 위 의원은 “지금 대(對)미중일러북 외교 모두 파탄 났다”며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외교에 기업의 사활이 걸린 만큼 대처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의원의 지적처럼 한국의 상황은 정쟁에 몰두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계엄 과정에서 미국과 신뢰가 손상된 데다 일본은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한다. ‘중국인 간첩’을 언급한 윤 대통령에게 발끈한 중국도, 북한과 밀착을 이어가는 러시아도 다급히 풀어야 할 외교적 숙제다.
이 같은 외교 난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안보 불안으로 이어지면 외국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은 상장 주식 693조 6000억 원(시가총액의 27.4%), 상장 채권 270조 원(상장 잔액의 10.4%) 등 총 963조 7000억 원의 상장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훌쩍 넘어 1450원을 바라보고 코스닥지수는 700 선마저 붕괴하는 등 이미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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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교안보 관료들은 우선 국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여야를 초월한 국회 차원의 특사단 파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장 명의로 특사단을 꾸려 주요국에 우리의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에도 트럼프 행정부와 커넥션, 고위급과 직접 대화하기에는 대행 정부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한민국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주요 동맹국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기정 호서대 특임교수 역시 “한국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외교부만으로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만큼 지금 권한대행 체제의 행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미국·러시아·중국 등에 국회 차원의 특사단을 파견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도 정상 부재 극복 방안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나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내년 재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과 민간을 적극 활용해 네트워크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통화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조만간 통화할 계획이다.
차지호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의 거버넌스는 3개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고 현재 행정부의 대외 신뢰도는 극단적으로 떨어져 있다”며 “반대로 민주적으로 회복한 입법부의 신뢰가 굉장히 높은 만큼 외통위와 외교부 간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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