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개시된 가운데, 국회는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를 서두르는 것인데,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여부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 가운데 어떤 것은 행사할 수 없고, 어떤 것은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한덕수 대통령직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 재의요구권(거부권) 권한도 행사할 수 있어야 형평성에 맞다는 지적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2017년 사례대로라면, 파면 결정 뒤 권한대행 인사권 행사해야
헌법재판소는 현재 헌법재판관 6인 체제로 가동 중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공석인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추천했다.
여야는 오는 23일 이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연내까지 헌법재판소 완전체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관건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한덕수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느냐 여부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추천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3인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를 강하게 견제한 바 있다.
2016년 12월 20일 당시 우상호 민주당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황교안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다면 국회에서 인준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2월 1일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도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의 의견이다”이라며 “국회는 어떤 경우에도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헌법재판관 8명만이 참여했고, 당시 황교안 대행은 파면 결정이 선고되고 난 뒤인 2017년 3월 29일에야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이는 현직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부득이하게 헌법재판관 임명 등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다.
따라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현재 한덕수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는 극도로 자제돼야 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 선고가 내려진 뒤에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3인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2016년 본인들이 주장했던 권한대행의 인사권 자제 주장을 뒤집고, 이번에는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신속한 인사권 행사를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 6인의 헌법재판관 체제에선 1명만 반대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되는 반면, 9명 체제에선 4명 이상의 반대가 있어야 기각되기 때문이다.
권한대행 인사권 행사 가능하다면, 거부권 행사도 가능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권한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관 임명 인사권은 행사하면서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이는 야당에 휘둘리는 ‘선택적 권한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는 권한대행 자격으로 사면법·거창사건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는 만큼, 한덕수 대행도 국회 통과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12일 비상계엄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고,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예산안 자동부의제 폐지를 담은 국회법 등은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반대해 온 법안이라는 점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게 보수우파 진영 일각의 주장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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