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핵심으로 인공지능(AI)을 선택한 이동통신 3사에 2024년은 글로벌 협업의 해였다. 혼자의 기술만으로는 혁신이 힘든 상황에서도 각종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 등과 손잡으며 좀 더 나은 AI를 꿈꿨다.
SK텔레콤, 휴메인·람다·퍼플렉시티·SGH 등과 협업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AI 기반의 디바이스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스타트업 휴메인(Humane)과 만나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AI PIN’ 기반의 협력을 모색했다. 또 미국 수의 엑스레이(X레이) 영역의 강자 베톨로지(Vetology)와는 SK텔레콤이 개발한 엑스칼리버(X Caliber) 기술과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 양사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2월에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서 글로벌 기업과 각종 협약을 맺었다. AI 데이터센터(DC) 사업 본격 추진을 위해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회사인 람다(Lambda)에 2000만달러(약 290억원)를 투자한 게 신호탄이었다.
같은 달 글로벌 액체냉각 전문기업 ‘아이소톱’과 차세대 냉각 기술 및 솔루션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력 및 발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세대 액체냉각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을 위해서였다. 또 글로벌 서버 및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 시스템 제조 기업 슈퍼마이크로와 글로벌 AI DC 사업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또 MWC 2024에서 글로벌 AI 기술 혁신과 AI 산업 생태계 선도를 위해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 등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창립총회를 열고 AI 거대언어모델(LLM)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탄력이 붙은 SK텔레콤은 올해 6월 구글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생성형 AI 검색엔진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에 1000만달러(약 14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SK텔레콤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에 퍼플렉시티의 ‘대화형 검색엔진’을 탑재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월 2억3000만개가 넘는 검색 요청을 처리했을 정도로 미국에서 생성형 AI검색 업계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퍼플렉시티의 기술을 자사에 접목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7월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대표 주자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mart Global Holdings·SGH)에 2억달러(약 2860억원)를 투자했다. SGH는 대규모 GPU 서버로 구성된 AI 클러스터를 설계·구축·운영하는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SK텔레콤은 이번 협력으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위한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AI 혁신을 꾀하는 SK텔레콤의 움직임은 계속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1월 4일 ‘SK AI 서밋 2024’에서 “SK 역량에 국내외 파트너십을 더해 글로벌 AI 혁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KT, AI 혁신 파트너로 MS 선택…5년 간 2조4000억원 투자
KT는 2월 MWC 2024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고객의 모바일 서비스와 생성형 AI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을 활용한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프라이빗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확산을 위해 힘쓰기로 했다.
KT는 MWC 2024에서 글로벌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국내 유일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보드 멤버인 김영섭 KT 대표는 한국 통신사 대표로 ‘최고경영자(CEO) 보드미팅’에 참석해 글로벌 통신사 수장들과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논의했고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CTO)은 ‘CTO GTI서밋 키노트’의 연사로 참가했다.
KT는 올해 7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서울’ 행사를 개최하고 국내외 주요 ICT 기업들과 AI 시대의 고객 경험, AI 이노베이션, 차세대 네트워크(5G어드밴스드·6G) 등 AI 시대의 미래를 논의했다.
급기야 KT는 올해 9월 AI·클라우드·IT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는 한국의 문화와 지식을 이해하는 한국형 특화 AI 모델과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 출시키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소형언어모델 ‘Phi(파이)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도 내놓는다.
또 KT는 MS와 협력을 바탕으로 AI·클라우드 분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AX(AI 전환) 전문기업’을 설립해 내년 1분기에 출범한다. 또 내년 중으로 ‘이노베이션 센터’를 공동 설립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한 AI·클라우드 기술 연구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며, 국내와 해외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도 기여한다.
이를 위해 1000여명 이상의 인공지능(AI)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KT는 특히 이 같은 투자로 약 4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는 10월 기자간담회에서 “MS와 협력으로 최고의 AI·클라우드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라며 “KT는 대한민국의 기업·개인 고객에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한 맞춤형 A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도 기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메타·구글 협업 가능성 열어
LG유플러스는 올해 2월 글로벌 통신장비 제조사 노키아와 함께 6세대(6G) 이동통신에 대비해 가상화 기지국 장비 생존성을 강화하는 6G 클라우드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트래픽이 증가하는 경우 클라우드 장비를 활용해 장비의 용량과 성능을 확장하고, 네트워크 운영 중 발생하는 장애를 자동으로 복구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황현식 당시 대표는 MWC 2024에서는 메타와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된 콘텐츠 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그간 메타와 여러 방면에서 협업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주로 AI 관련해 조금 더 협업 범위를 넓히고 타이트하게 하자는데 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4월 미국을 방문해 주요 AI 분야의 글로벌 석·박사 인재들과 만남을 갖고 AI 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 유치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 초청된 인재들은 스탠퍼드대, 조지아공과대, 일리노이대 등 미국 주요 대학의 AI 분야 석·박사 10여명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6월 글로벌 E스포츠 기업 젠지 이스포츠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 영역에 LG유플러스의 브랜드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였다.
황 대표는 7월 AI 세계 4대 석학 중 한 명인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와 만나 글로벌 AI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황 대표는 “우리의 강점인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AI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글로벌 AI 전문가들과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9월 글로벌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와 협력해 통신망 운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AI 기반 클라우드 랜(RAN·무선접속망) 자동화 기술을 검증했다. 클라우드 랜은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를 기반으로 한 진화된 5G 기술로 복수의 장비사에서 공급한 기지국 등 무선접속망 장비를 클라우드에서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는 장비사 종속성을 벗어나 네트워크의 유연성, 확장성, 비용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11월 “구글과 (AI 기반) 모바일 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에이전트 기획 단계부터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앞으로 4년간 최대 약 3조원을 AI 영역에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통신업계는 한 회사가 AI 영역을 강화에 나서면 다른 회사가 이에 뒤질세라 적극 따라가는 느낌이다”며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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