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캔버스에 묻어난 고향의 그리움

인천일보 조회수  

▲ 지난 9일 권선구 세류동 소재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왼쪽)정숙자씨와 (오른쪽)최채례씨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
▲ 지난 9일 권선구 세류동 소재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왼쪽)정숙자씨와 (오른쪽)최채례씨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져요. 그게 다예요.”

지난 9일 권선구 세류동 소재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만난 정숙자(83)씨는 최채례(78)씨와 함께 열게 된 2인전 ‘알콩달콩전’의 개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담담히 말했다. 살아온 삶의 궤적도, 그림에 관심을 갖고 그리게 된 계기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평안함을 느끼는 것만큼은 똑닮아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세류2동 세리경로당에서 닿았다. 황해도가 고향인 정씨와 전남 벌교에서도 한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장도에서 온 최씨가 수원에 뿌리를 내리고 산 지 어느새 수십년째다.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수원이지만, 최근에서야 우연히 듣게 된 미술 문화특강에서 임남순 회장의 소개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 지난 9일 권선구 세류동 소재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열린 2인전 ‘알콩달콩전’을 구경하는 관계자들의 모습.
▲ 지난 9일 권선구 세류동 소재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열린 2인전 ‘알콩달콩전’을 구경하는 관계자들의 모습.

언제든 찾아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두 사람은 자연스레 ‘우수 개근생’이 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협회를 찾아온 이들은 떠나온 고향의 정취를 도화지 위에 옮겼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유독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최씨는 “예전부터 풍경이 멋진 곳, 예쁜 꽃이 핀 곳을 보면 사진도 찍고 싶고, 달력을 찢어 뒷면에 색을 칠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걸 보며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고 웃었다”며 “외지인들이 섬에 들어와 텐트를 치면 집이 없어 구걸하러 온 줄 알 정도로 순진하고 순수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초가집과 뒤뜰의 감나무들, 그 밑에 강아지들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행복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북에서 온 정씨는 말수가 적고 과묵하지만 경로당에서 오랜 시간 음식을 만들어 봉사하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향을 기억하고 행복을 찾았다.

▲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2인전 ‘알콩달콩전’ 작품 전경.
▲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2인전 ‘알콩달콩전’ 작품 전경.
▲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2인전 '알콩달콩전'에서 정숙자씨가 그린 작품.
▲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2인전 ‘알콩달콩전’에서 정숙자씨가 그린 작품.

그런 그가 전시에 내놓은 그림 중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서당에서 훈장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그걸 볼 때마다 옛 생각이 나고 괜찮다고 생각해요”라는 짧은 한마디에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어르신들의 그림에는 젊은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정서와 역사가 담겨있다”며 “그분들의 추억을 아카이빙하고 사라져가는 문화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2인전이 열리기까지 아낌없는 응원과 후원을 보내온 조석환 사단법인 나우어스공동체 이사장은 이날 전시 개막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하며 “평소 어르신들에 대한 애틋함을 갖고 있는데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와의 인연으로 이번 전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효의 도시 수원에서 의미있는 전시를 열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조은희 세류2동 동장 역시 “세류2동에서 뜻깊은 전시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9일 권선구 세류동 소재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열린 2인전 ‘알콩달콩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관계자들의 모습.
▲ 지난 9일 권선구 세류동 소재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열린 2인전 ‘알콩달콩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관계자들의 모습.

두 어르신의 삶을 녹여낸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진행된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인천일보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롯데백화점, ‘킨더유니버스 페어’ 개최… 신학기 맞이 아동 패션 할인
  • 유일한 낙이었는데 “술맛까지 뚝” … 국민 안주 잃은 아빠들 ‘한숨’
  • 유용원 의원, 우크라이나 방문…“북한군 실전 경험 분석 필요”
  • 중앙지법 사실상 "내란죄 수사권 없다"... 공수처 “없다는 말 안 했다” 변명만 급급
  • 최용준 LIG 대표이사,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 방문
  • 김성훈 구속영장 ‘삼고초려’ 모두 반려… “檢이 수사 방해” 부글부글 [경솔한 이야기]

[뉴스] 공감 뉴스

  • 김성훈 구속영장 ‘삼고초려’ 모두 반려… “檢이 수사 방해” 부글부글 [경솔한 이야기]
  • 이재명, '국힘 입당하라' 현수막에 “극우범죄당 입당할 생각 없어”
  • 인천공항 주차장 빈자리 찾아 안내해주는 앱 나왔다
  • "연비 16.0km/L, 2417만원부터"…'폭탄 할인' 들어간 이 세단
  • 작년 육아휴직 사용 인원 ‘역대 최고’… 남성 비중 처음 30% 넘어
  • “저축하면 오히려 손해” … 예적금 해지하고 우르르 몰린 ‘이곳’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배우 김새론,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연예 

  • 2
    일본 오사카 교토여행 당일치기 버스 투어 아라시야마, 청수사 여행코스

    여행맛집 

  • 3
    브라이트닝 세럼으로 얼굴에 조명 켜는 법

    연예 

  • 4
    도지코인(DOGE) 상승 평행 채널 패턴?, 고래 활동증가까지…시세 3달러설 전망 힘싣나

    차·테크 

  • 5
    “세계사 유례 없었다”, “완전히 달라진 한국”…역대 최대 규모에 ‘뭉클’

    경제 

[뉴스] 인기 뉴스

  • 롯데백화점, ‘킨더유니버스 페어’ 개최… 신학기 맞이 아동 패션 할인
  • 유일한 낙이었는데 “술맛까지 뚝” … 국민 안주 잃은 아빠들 ‘한숨’
  • 유용원 의원, 우크라이나 방문…“북한군 실전 경험 분석 필요”
  • 중앙지법 사실상 "내란죄 수사권 없다"... 공수처 “없다는 말 안 했다” 변명만 급급
  • 최용준 LIG 대표이사,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 방문
  • 김성훈 구속영장 ‘삼고초려’ 모두 반려… “檢이 수사 방해” 부글부글 [경솔한 이야기]

지금 뜨는 뉴스

  • 1
    '우리 이제 토트넘 아니에요'…클럽 명칭 변경 요청

    스포츠 

  • 2
    19살 신인 깜짝 등장했지만, 정관장 2위 탈환에도 걱정…세르비아 배구천재 어쩌나 "발목 부었다, 월요일 병원 간다"

    스포츠 

  • 3
    ‘스파이를 조심하라’→구단내 확산되는 ‘공포 문화’로 떨고 있어 ‘충격’…‘제임스 본드’옆에서는 말조심→머리 위에는 도끼 ‘달랑 달랑’폭로

    스포츠 

  • 4
    302억 3루수+197홈런 거포와 함께 하다니…적토마의 아들 감격 "밥 빨리 먹고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스포츠 

  • 5
    '나의 완벽한 비서' '중증외상센터'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드라마대상 합류 후 순위는?…다음달 활약 기대

    연예 

[뉴스] 추천 뉴스

  • 김성훈 구속영장 ‘삼고초려’ 모두 반려… “檢이 수사 방해” 부글부글 [경솔한 이야기]
  • 이재명, '국힘 입당하라' 현수막에 “극우범죄당 입당할 생각 없어”
  • 인천공항 주차장 빈자리 찾아 안내해주는 앱 나왔다
  • "연비 16.0km/L, 2417만원부터"…'폭탄 할인' 들어간 이 세단
  • 작년 육아휴직 사용 인원 ‘역대 최고’… 남성 비중 처음 30% 넘어
  • “저축하면 오히려 손해” … 예적금 해지하고 우르르 몰린 ‘이곳’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추천 뉴스

  • 1
    배우 김새론,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연예 

  • 2
    일본 오사카 교토여행 당일치기 버스 투어 아라시야마, 청수사 여행코스

    여행맛집 

  • 3
    도지코인(DOGE) 상승 평행 채널 패턴?, 고래 활동증가까지…시세 3달러설 전망 힘싣나

    차·테크 

  • 4
    브라이트닝 세럼으로 얼굴에 조명 켜는 법

    연예 

  • 5
    “세계사 유례 없었다”, “완전히 달라진 한국”…역대 최대 규모에 ‘뭉클’

    경제 

지금 뜨는 뉴스

  • 1
    '우리 이제 토트넘 아니에요'…클럽 명칭 변경 요청

    스포츠 

  • 2
    19살 신인 깜짝 등장했지만, 정관장 2위 탈환에도 걱정…세르비아 배구천재 어쩌나 "발목 부었다, 월요일 병원 간다"

    스포츠 

  • 3
    ‘스파이를 조심하라’→구단내 확산되는 ‘공포 문화’로 떨고 있어 ‘충격’…‘제임스 본드’옆에서는 말조심→머리 위에는 도끼 ‘달랑 달랑’폭로

    스포츠 

  • 4
    302억 3루수+197홈런 거포와 함께 하다니…적토마의 아들 감격 "밥 빨리 먹고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스포츠 

  • 5
    '나의 완벽한 비서' '중증외상센터'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드라마대상 합류 후 순위는?…다음달 활약 기대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