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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강하구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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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해(馬糞蟹).’ ‘말똥게’의 한자 이름이다. 한학자 담정 김려(金鑢·1766~1822)가 우해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1803년에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나온 말이다. 우해는 지금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다.

▲ 장항습지에서 만난 ‘마분해(馬糞蟹)'가 집게 다리로 말똥게 사체를 뜯고 있다. /인천일보 DB
▲ 장항습지에서 만난 ‘마분해(馬糞蟹)’가 집게 다리로 말똥게 사체를 뜯고 있다. /인천일보 DB

‘게’를 뜻하는 ‘해(蟹)’자는 중국 고대 우(禹) 임금의 치수(治水)와 관련한 전설이 있다. 우임금은 강의 물길을 내 홍수를 막고, 논밭에 물을 대는 국책 사업을 벌였다.

우임금은 ‘파해(巴解)’라는 사람을 양쯔강 이남인 강남지역에 보내 이 일을 맡겼다.

밭고랑에 구멍을 내는가 하면 농사꾼을 물어뜯어 두려움에 떨게 했던 골칫덩어리 벌레가 있었다. 바로 게였다.

파해는 게를 꼬여내고는 고랑에 끓는 물을 부었다. 게는 벌겋게 익어 죽었고, 그 맛은 시쳇말로 ‘니들이 게 맛을 알아?’였다.

사람들은 파해의 해(解)에다가 벌레 ‘훼(虫)’자를 붙여 ‘해(蟹)’자를 만들었다.

말똥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말똥게 무리는 한강하구 경기도 고양특례시 장항습지 갯고랑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몸집보다 큰 굵은 집게와 다리에 난 수북한 털은 보기에도 섬뜩하다. 집게(角)의 날카로움(刀)은 쇠(牛)가죽도 조각낼 만한 위력의 모양새다.

노루가 물을 마시려고 찾던 길목, 장항(獐項) 습지의 매력은 해오라기 번식 장소이자 뱀장어 산란지인 버드나무 숲에 있다.

▲ 한강하구 장항습지 안 갯고랑과 버드나무 숲. / 인천일보 DB
▲ 한강하구 장항습지 안 갯고랑과 버드나무 숲. / 인천일보 DB

버드나무 숲의 곡절은 이렇다.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1984년이나 1990년 대홍수 때 떠내려온 버드나무가 이곳 펄과 습지에 뿌리를 내려 번식을 했다는 게 지금까지 유력한 설이다.

빗물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곱디고운 펄이 다져져 생긴 장항습지에서 버드나무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한강하구 기수 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말똥게에서 찾을 수 있다. 말똥게의 식량은 버드나무 잎이다. 펄에 떨어진 잎을 먹기 위해서 말똥게는 버드나무 뿌리 밑에 구멍을 파고 산다. 버드나무에 산소를 공급하는 생명의 틈새다.

말똥게의 배설물은 버드나무에 소중한 양식이다. 버드나무와 말똥게가 공생의 틀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장항습지 인근 모래톱 너머 하늘을 뒤덮은 천둥오리떼 비상. /인천일보 DB
▲ 장항습지 인근 모래톱 너머 하늘을 뒤덮은 천둥오리떼 비상. /인천일보 DB

장항습지(5.95㎢)는 2006년 4월 환경부가 지정한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60.5㎢)에 포함됐다. 재두루미·개리·저어새 등 멸종위기종 33종과 호사도요·원앙 등 천연기념물 24종, 상괭이·붉은말똥게 등 해양보호생물 5종이 서식하고 있다.

장항습지는 2021년 5월 21일 국내 24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재됐다. 재두루미·저어새는 전 세계 개체군의 1% 이상이 다시 찾고, 해마다 3만여 마리의 물새가 서식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장항습지에는 생명의 끈을 잇는 협력, 그리고 평화. 자연의 순리가 온전히 살아있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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