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국내 대학을 찾아 인재 영입에 나섰다.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적을 불문한 인재 영입전을 펼친 것이다.
마이크론은 12월 초중순 ‘당일 채용(사전 지원자 대상)’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며 국내 주요 대학교에서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합격자는 대만 타이중에 있는 D램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함께할 수 있는 미래 인력을 마이크론이 미리 채가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 못지 않게 국내외를 넘나들며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린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독보적 성과로 달라진 업계 지위를 적극 활용해 인재를 쓸어담는다. 삼성전자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한 글로벌 고급 인력 발굴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이 직접 나서 대학 캠퍼스에서 우수 인재를 선점하고 있다. 곽 사장은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전과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
곽 사장은 학생들에게 “반도체는 수백 개의 공정이 있는 만큼 반도체 전문가라면 많은 다양한 조직과 유기적으로 협업하기 위해 소통을 잘할 수 있어야 하며 특별히 의사 결정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하이닉스가 지난 40년간 여러 위기를 이겨내고 현재와 같이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 중심이 됐기 때문이고, 이러한 기술을 있게 한 것은 결국 인재”라며 “기술 중심이라는 말은 곧 인재가 중심에 있다는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8월부터 9월 10일까지 국내 5개 대학(서울대·포항공대·한국과학기술원·연세대·고려대)에서 테크 데이 행사도 진행했다. 테크 데이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유관 연구 분야를 전공하는 석·박사급 인재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행사다. 올해는 미래 신성장 동력과 관련한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 이직 수요에 맞춰 해당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SK하이닉스는 10월 25일부터 11월 4일까지 경력사원 채용 접수를 받아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9월 신입·경력 채용 지원 서류 접수를 마감한 지 한 달 만으로 올해만 다섯 번째 경력직 모집이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미국 대학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일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 있는 텍사스대(UT 오스틴)의 코크렐 공과대학에 100만달러(14억원)를 추가로 기부했다.
삼성전자와 UT오스틴은 파트너십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인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양측은 2025년 가을부터 반도체 설계·제조 관련 석사 과정 개설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텍사스 A&M 대학교에도 100만 달러를 지원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2024년 10월엔 템플대에 기부금 6만달러를 전달하며 지역에 기반한 반도체 생태계 인재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크&커리어(T&C) 포럼’ 대상 학교를 2023년 5개교에서 올해 6개교로 확대했다.
T&C 포럼은 반도체 분야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석·박사 대상 글로벌 채용 설명회다. 8월 22일 서울대, 26일 포항공대, 27일 카이스트, 28일 성균관대, 29일 고려대 등 순으로 열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재 확보는 단기적 투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며 “인재의 질과 양은 반도체 기술 혁신 속도와 직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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