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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열전]⑧ 감귤 vs 한라봉… 겨울철 과일 왕좌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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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제주의 과수원은 감귤과 한라봉이라는 두 과일로 빛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새콤달콤한 맛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감귤과, 고급스러운 외형을 갖추고 있으면서 진한 단맛을 겸비해 특별한 날 선물로 각광받는 한라봉. 같은 땅에서 자라지만 이 두 과일의 매력과 가치는 사뭇 다르다. 감귤은 대중적인 친근함을, 한라봉은 프리미엄 과일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감귤은 제주의 가장 오래된 과수로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으며 제주의 농업을 상징하고, 많은 도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감귤 대부분은 ‘온주밀감’이라는 품종군에 속하며 전체 재배 면적의 약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한라봉과 같은 고급 만감류 품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재 재배되는 감귤의 96%는 일본 등 해외에서 도입된 품종으로, 국산 품종은 여전히 4%에 불과하다.

한라봉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고급 과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풍부한 과즙과 진한 단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제주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두 과일은 각기 다른 매력을 통해 겨울철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제주의 경제와 농업 경쟁력을 상징하는 대표 작물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가 주최한 '2024 제주국제감귤박람회' 내부의 감귤밭 전경. /공동취재단
제주도가 주최한 ‘2024 제주국제감귤박람회’ 내부의 감귤밭 전경. /공동취재단

◇ 국민 과일 감귤, 그 변하지 않는 매력

온주밀감은 중국 온주 지방에서 유래해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귤로 자리 잡았다. 만다린 계열에 속하는 온주밀감은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10월부터 12월까지 수확된다.

감귤은 겨울철 추억을 함께 나누는 과일이기도 하다. 손끝이 노래질 정도로 껍질을 까먹으며 새콤달콤한 맛을 즐기던 기억은 겨울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제주에서는 연간 약 63만6000톤의 감귤이 생산되며,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2.2kg에 이를 만큼 일상적인 과일로 사랑받고 있다.

국산 온주밀감 품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우리나라 1호 국산 감귤인 ‘하례조생’이다. 농촌진흥청이 2004년에 개발한 하례조생은 일본 수입 품종인 ‘궁천조생’보다 당도가 평균 1브릭스 높고 신맛은 20% 낮다.

하례조생은 제주 노지 환경에서 11월 중순부터 수확할 수 있어 다른 품종보다 빠르게 시장에 공급된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재배 면적이 꾸준히 늘어 현재 국내 육성 품종 가운데 가장 넓은 567헥타르(ha)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는 온주밀감 전체 재배 면적의 약 4%를 차지하며,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농촌진흥청은 하례조생의 재배 면적이 10년 내로 온주밀감 전체 재배 면적의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례조생의 경제적 가치도 돋보인다. 일반 노지에서 하례조생을 재배하면 기존 품종인 ‘궁천조생’에 비해 농가 소득이 25%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만약 난방을 하지 않는 무가온 하우스에서 재배하면 소득이 46% 늘어나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온 하우스에서 재배할 경우 소득이 54%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석만 농진청 감귤연구센터 농업연구사는 “하례조생은 당도와 신맛의 균형이 좋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매년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어 점점 더 많은 농민들이 선호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귤의 매력은 단순히 맛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육에는 비타민 C, 베타카로틴, 펙틴 등 영양소가 풍부해 겨울철 면역력을 강화하고 피로를 회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껍질은 ‘진피’라는 한방 약재로 사용되며, 소화 촉진과 기침 완화에 효과가 있다.

유통 측면에서도 감귤은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가 조직화를 통해 산지 직거래와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신선한 감귤을 더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농가의 소득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산 온주밀감 품종 하례조생과 미니향이 전시된 모습. /김민정 기자
국산 온주밀감 품종 하례조생과 미니향이 전시된 모습. /김민정 기자

◇ 설날·연말연시 프리미엄 과일 선물의 상징 ‘한라봉’

한라봉은 독특한 외형과 깊은 단맛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고급 과일로 자리 잡았다. 일본 품종인 청견과 오렌지를 교배하여 1990년대에 등장한 한라봉은 둥글고 꼭지가 볼록 튀어나온 독특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로 1월부터 3월까지 수확되는 한라봉은 산미가 거의 없고 진한 단맛을 자랑하며, 설 명절과 연말연시 선물용 과일로 특히 사랑받고 있다.

한라봉은 만감류라는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품종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은 만감류의 품질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국산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윈터프린스와 미래향이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국산 품종 중 하나인 ‘윈터프린스’는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향, 당도 12.5~13.5브릭스의 진한 단맛으로 소비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한라봉보다 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게 특징이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현재 재배 면적은 58.7헥타르 수준이다. 2022년 싱가포르에 첫 시범 수출된 이후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년 수출량을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국산 품종인 ‘미래향’은 황금향을 개량해 개발된 품종으로, 당도 13브릭스 이상의 단맛과 껍질이 잘 벗겨진다는 특징이 있다. 가시가 없고 수확량이 기존 품종보다 10%가량 많아 농가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이 외에도 ‘탐나는봉’과 ‘사라향’은 각각 한라봉과 천혜향을 대체할 수 있는 품종으로, 기존 품종보다 당도가 1브릭스 높고 수확기가 약 10일 빠르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자몽과 유사한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 ‘무봉’, 속살과 껍질이 노란색을 띠며 뛰어난 저장성을 자랑하는 ‘옐로우볼’은 개성 있는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석만 농진청 감귤연구센터 농업연구사가 국산 만감류 품종인 '무봉'을 바라보고 있다. /김민정 기자
박석만 농진청 감귤연구센터 농업연구사가 국산 만감류 품종인 ‘무봉’을 바라보고 있다. /김민정 기자

국내 육성 품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한 이유는 감귤과 한라봉 재배의 특성 때문이다. 감귤류 나무는 한 번 심으면 보통 최소 25년에서 최대 30년 동안 키우게 된다. 새로운 품종의 나무를 심을 경우, 판매할 수 있는 열매가 맺히기까지 3~4년 동안 수익이 없는 기간이 생기는데, 이는 농가에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신품종에 대한 재배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생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크다. 여기에 더해 유통 물량이 적어 판로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 역시 신품종 보급 속도를 늦추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농가가 무소득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성장이 빠른 큰 묘목인 ‘대묘’를 보급해 농가가 더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신품종 주산지인 제주도에서 실증연구해 재배법을 신속히 개발·보급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미래 수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감귤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노지 감귤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위한 품종을 개발 중”이라며 “국내에 아직 보급되지 않은 감귤류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품종을 개발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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