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와인 제조를 돕는 도구일 뿐, 사람의 손길, 장인 정신, 그리고 풍부한 제조 경험이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미묘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요소입니다.”
세계적인 와인 생산 기업 마르케시 안티노리의 알비에라 안티노리 최고경영자(CEO)는 600년 이상 최고의 품질을 유지한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알비에라 CEO는 “빈티지를 거듭할 수록 데이터가 쌓여 와인이 최고 품질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안티노리 가문은 르네상스 초창기인 138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조선비즈는 이 가문의 27대손이자 최초 여성 수장인 알비에라 CEO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알비에라 CEO는 지난 2017년부터 아버지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의 뒤를 이어 안티노리를 이끌고 있다. 피에로 후작은 1975년 ‘슈퍼 토스카나(토스카나에서 혁신 기법으로 제조된 와인)’의 원조인 티냐넬로, 1978년 솔라이아를 출시해 당시만 해도 비주류였던 이탈리아 와인의 이미지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피에로 후작은 1970년대 프랑스에서 포도 묘목을 가져와 심고, 화이트와인을 일부 넣는 관행을 포기한 혁신적인 기법으로 티냐넬로를 제조했다.
포도 밭에서 자란 알비에라 CEO에겐 안티노리 가문의 와인 DNA가 내재돼 있다. 알비에라 CEO는 “18세 때는 건축학이나 수의학에 관심을 가졌지만, 첫 번째 포도 수확을 경험하고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됐다”면서 “와인 생산의 모든 단계를 이해한 덕분에 가족 사업의 모든 측면을 깊이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 땅, 포도 등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숨 쉬듯 경험하고, 자연스레 안티노리 DNA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티노리 가문은 600년 이상 가족경영을 고수하며 세계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왔다. 알비에라 CEO는 안티노리의 장수 비결에 대해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결과”라며 “와인에 대한 열정, 포도밭을 일구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 품질과 타협하지 않기 위한 인내심 등 무형의 가치들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며 비즈니스 연속성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티노리는 와인 품질과 직결된 가족 경영을 고수하기 위해 2012년 가족 신탁을 설립해 90년 동안 회사를 소유하도록 했다.
알비에라 CEO는 피에몬테에서의 경험이 안티노리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안티노리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긴 와이너리 ‘프루노토’를 소유하고 있는데, 알비에라 CEO는 스물아홉살에 불과한 지난 1995년 프루노토를 운영했다. 그는 “포도밭 구매, 와인 제조 계획 수립, 자금 마련, 라벨 디자인, 수입 및 유통업자와의 미팅은 물론 판매 계획 수립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했다”면서 “작은 와이너리를 통한 운영 경험은 큰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유럽 내 전통적인 와인 소비층 감소라는 위기 속에 알비에라 CEO에겐 안티노리 가문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알비에라 CEO는 “와인 소비에 새롭게 눈을 뜬 다른 지역들이 유럽의 와인 소비 감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안티노리의 입지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장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가장 중요한 와인의 품질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알비에라 CEO는 안티노리, 그리고 와인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으로 티냐넬로를 꼽았다. 티냐넬로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주요 임원들에게 명절 선물로 돌려 국내에선 ‘이건희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알비에라 CEO는 티냐넬로에 대해 “꾸준히 뛰어난 품질을 추구하고, 스스로에게 도전하며, 품질을 더 높이기 위한 안티노리의 노력을 잘 상징하는 와인”이라며 “우리 가족의 철학인 ‘Te Duce Proficio(탁월함을 추구한다)’를 완벽히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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