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최얼 기자]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됨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업무를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204명이 찬성표를 던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 200명을 넘겼다. 반대는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집계됐다.
이로써 한 총리는 헌법과 정부조직법 등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탄핵 소추당하면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권한이 정지될 뿐 대통령직은 유지하게 된다. 다만,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즉각 파면된다.
그 이후로도 다음 대통령이 선출될 때(대통령 파면 후 60일 이내)까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한 총리는 권한대행 자격으로 고위 공직자 인사권 등 각종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게 가능하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 9명 중 3명을 임명할 수 있다. 또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그 밖의 공무원을 임명·해임할 수 있다.
일부 헌법학자는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권한대행은 국민이 선출한 자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 차원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권한대행의 직무는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기관 요인 임명,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률안 재의 요구, 장관급 이상 공직자 임명 등은 권한대행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들은 대통령 권한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2004년 3월 고건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사면법·거창사건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2017년 3월 황교안 전 총리는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후임에 이선애 변호사를 임명을 시도한 바 있다.
이에 한 총리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데, 현재 재판관이 6인인 터라 단 한명이라도 반대하는 경우 탄핵이 이뤄지지 않는다.
황교안이 거부한 헌법재판관 임명…탄핵압박 받는 한덕수는 가능할까?
이 상황은 한 총리의 추가적인 헌법재판관 임명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한 총리의 탄핵을 벼르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는 한 총리가 지난 12월 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국안정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며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게다가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도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낮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황교안 당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후임 재판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황 전 총리는 이에대해 “내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을 때는 장관급 이상에 대한 인사는 한 명도 하지 않았다”며 “법률적으로 인사를 할 수는 있지만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한 언론사에 말했다.
황 전 총리는 “법학적으로는 인사권에 제한이 없지만 당시 법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한 부서를 움직이는 장관을 임명하는 것에는 한도가 있다고 해서 차관까지만 임명했다”며 “장관급인 헌법재판관은 당시 대상자가 있었다고 해도 임명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유력한 한덕수 총리, 혹은 최상목 부총리 또는 이주호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만에 하나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전례를 따라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포기하면, 헌재의 탄핵안 심리 및 결정은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황교안 전 총리도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탄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출발에 절차상 하자가 있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야당이 일방 처리한 국회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한 총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해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것은 헌정사상 세 번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때는 고건 총리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때는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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