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몇 시간 앞둔 14일, 국회 주변에는 인천 전역에서 서울로 온 시민들이 있었다.
10개 군·구 인천시민 목소리를 국회와 국회 가는 길에서 주워 담았다. 이들 마음을 대변해 인천 14명 국회의원이 표결에 참여하게 된다.
▲중구
영종구에 거주하는 박성연(46)씨는 이날 오전 11시 운서역에 몸을 싣고 집회에 참석했다. 회사도 공항 주변이라 서울 올 일이 좀처럼 없는 그가 오랜만에 하는 상경(上京)이다.
그는 “오늘 탄핵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역사적인 순간을 맨 앞에서 보고 싶어서 바다 건너, 한강 건너왔다”며 “가족들과 탄핵 가결된 거 보고 기분 좋게 서울에서 저녁도 먹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계양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가하려고 나온 시민 중 한 명이었던 계양구 주민 공영찬(50)씨는 거침없이 속마음을 얘기했다.
“제정신이 아닌 지도자 때문에 많이들 화가 났다. 자기의 지인들은 아무리 많은 죄를 지어도 처벌을 받지 않지만 적을 처단하기 위해 검찰을 이용하고 있다”는 그는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살리기 위해서는 안 나올 수 없었다. 오늘 밤 송년회가 있는데, 밤에 탄핵 축배를 들기 위해 가방 속에 좋은 술도 가져왔다. 연말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연수구
연수구 사는 유모(31)씨는 국회 향하는 부평역에서 만났다. 일찍부터 집회에 참여하는 만큼 표결 시간 전까지 추운 날씨를 대비해 친구와 역할 분담해 각자 담요와 방석을 챙겼다고 한다.
그는 “지난주에는 일정이 있어서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꼭 탄핵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서구
지난주에 이어 2주째 집회에 참여한다는 서구 주민 김모(25)씨는 “탄핵안 표결이 3주째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오늘 꼭 가결돼 집에서 마음 편히 있고 싶다”는 게 김씨의 속마음이다.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의학과에 재학 중인 이준해(28)씨는 인하대학교 시국대회 참가단 깃발 들고 집회에 함께 했다.
이준해씨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학교에서 아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는 대자보를 쓰고 다른 학생들의 참가를 호소했다”며 “가결이 돼도 인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학교에서 관련 잡담회나 강연회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남동구
남동구 구월동 주민 이모(33)씨는 부평역, 노량진역을 환승해 국회로 입성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나라를 혼란으로 빠뜨린 대통령이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주에도 집회에 참여했었는데 부결돼 안타까웠다. 오늘은 꼭 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평구
부평구에서 나고 자라 직장까지 잡은 김성연(41)씨는 “올해 송년회는 여의도로 잡았다”고 껄껄 웃기도 했다. 그는 “부평 제조업 노동자로 일하면서 현 정권의 제조업 노동자에 대한 괄시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건 내 개인적 반감이었는데 이젠 비상계엄까지 사고를 쳤다”며 “이렇게 된 거 이번 연말은 지인들과 서울에서 모여 낮에는 촛불 들고 저녁에는 모임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동구
동구에서 50년 이상 사셨다는 김모(76)씨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이름을 밝히기 꺼렸다. 친구들 몇몇은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 갔다는 이유다.
김씨는 “그냥 자식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짧게 전했다.
▲강화군
바다 건너 강화군 주민들도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강화시민모임 소속 84명의 주민은 버스 2대로 14일 오후 1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개최되는 촛불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강화 주민 반정우(57)씨는 “잘못된 일을 보고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단체를 일시적으로 조직하게 됐다”며 “지난 주말에는 강화군민들이 개별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는데 거리가 멀어 불편한 점 이 많아 이번에는 버스를 빌려 단체로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강화여고 1학년 반소윤(17)양은 “국민의 아픔을 누구보다 많이 헤아려야 할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 없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국정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옹진군
옹진군 주민들은 14일 운항 통제여서 섬에 꼼짝없이 묶여 있었다. 휴농기여서 다들 집에서 이웃주민들과 뉴스 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고 한다.
백령 주민 심효신(61)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국민 모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최북단 섬 주민들도 뉴스로 전해져 오는 소식들을 계속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상황이 정쟁과 정량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안타깝다. 오늘의 결과는 국민의 바람이지 어느 한 당의 승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김원진·이아진·변성원·정슬기·박예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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