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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성 계엄? 지시거부? ‘내란수괴’와 ‘가담’ 혐의자들의 거짓말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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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4차 대국민 담화에서 내놓은 것은 사과나 반성이 아닌 변명이었다. 그마저도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지 않았다’, ‘계엄에 부사관 이상만 투입했다’ 등 거짓말로 점철됐다.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이들이 한 ‘언론을 보고 계엄 사실을 알았다’, ‘의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등 발언들도 속속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내란죄 처벌을 피하려는 마지막 몸부림과도 같은 이들의 거짓말 의혹을 정리했다.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① 국회 마비 의도 안 한 ‘경고성 계엄’?…’의원 끌어내’ 지시, 국회 봉쇄도

윤 대통령의 12일 4차 대국민 담화에서 먼저 들여다볼 것은 이른바 ‘경고성 계엄’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다.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며 “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하였고,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엄의 목적이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경고성’에 그쳤다는 항변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의원 체포를 통해 계엄 해제 표결을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복수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면 배치된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씀 하셨다”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최근 경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6번 전화를 걸어 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 역시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최고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계엄 선포 당일 경찰이 국회에 들어가려는 시민들은 물론 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한 장면이 수많은 영상으로 남아있다. 담 넘기와 항의 등을 통해 이를 통과한 의원들이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모이는 사이 군이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은 국회에 낸 자료에서 계엄 선포 직후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국회 출입 통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에 따른 조치로 해석되는데, 이 포고령 역시 윤 대통령이 국회 기능 마비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는 문서다.

② 계엄에 부사관 이상만 투입했다?…최소 61명 병사 투입

계엄 당시 병력 운용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 국민들께 망국적 상황을 호소하는 불가피한 비상조치를 했지만, 사상자가 발행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였고, 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 정예 병력만 이동시키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날 수도방위사령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계엄 상황에 투입된 군사경찰단 75명 중 42명은 병사였고, 8명은 장교, 25명은 부사관이었다. 수방사 1경비단 투입 인원 136명 중에서도 19명이 일반 병사었다. 수방사에서 투입한 211명의 군인 중 최소 61명이 병사였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계엄 당일 운용된 전체 병력의 계급 구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수방사 211명에 더해 △1공수특전여단 277명, △3공수특전여단 231명, △9공수특전여단 211명 △707특수임무단 197명, △국군방청사령부 49명, △국군정보사령부 10명, △북파공작원 특수부대 5명 등 총 1191명의 군인이 계엄 상황에서 움직임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③ “TV 보고 알았다”, “지시 거부했다”계엄 가담자들의 거짓말 의혹

윤 대통령뿐 아니라 계엄 가담자들의 증언도 하나둘씩 거짓으로 판명나고 있다.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비상계엄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조사에서 계엄 선포 3시간 전쯤 대통령실 안가에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불려간 조 청장이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고, 약 5분 동안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말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병력을 이끈 곽종근 특전사령관도 거짓말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는 지난 6일 민주당 김병주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사당에 있는 의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지난 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분 간격으로 (곽 사령관에게) 전화를 받았다. ‘(의원들을) 끌어낼 수 있겠냐’는 뉘앙스였다”고 밝혔다.

결국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비상계엄 상황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증언한 조 청장에 대해선 “위원회 차원에서 위증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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