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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6일 신임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다. 대통령경호처장(차관급)에서 곧바로 50만 대군을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국방부 장관이자 예비역 3성 장성 출신이다.
당시 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자랑스러운 과학기술 강군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짐이 무색하게 90여 일이 지난 12월 5일 위헌적·반헌법적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도자로 사의를 표명하고 국방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다. 닷새 만인 10일 밤엔 전격 구속되면서 현 정부 최고의 실세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신세로 추락했다.
사실 우리 군은 역사적으로 5·16 군사정변과 12·12군사반란의 흑역사의 중심에 항상 서 있었다. 이는 국방부 장관이 통상 군 장성 출신이 맡으면서 정권에 충성하는 부역자로서 일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쳐 처음으로 민간 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군에 대한 문민화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50대 국방부 장관인 김 전 장관까지 국방부는 이승만 정권에서 창설 이래로 초대부터 최근까지 장성 출신이 대부분 맡았다. 심지어 군의 문민화를 처음 주창한 문민정부에서 임명된 네 명의 국방부 장관도 모두 장성 출신이다.
김영상 전 대통령도 군내 사조직으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모인 ‘하나회’를 척결하고 문민화 상징인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을 앉히고자 했지만 결국 50만이 넘는 대군을 안정적으로 지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비역 장성, 그것도 전역과 동시에 곧바로 국방부 수장으로 보내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민간이 결정한 국방안보 정책을 군이 집행하는 방식을 ‘문민 통제’라고 한다. 문민 통제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이다. 하지만 문민 관료 자리에 군복을 벗고 무늬만 민간인으로 바꿔 곧바로 장관으로 오기에 진정한 문민 통제가 안되고, 군 출신(끼리끼리)간 결속으로 항상 논란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1963년 제3공화국 이후부터는 민간인 출신 장관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전 장관까지 역대 50명의 국방부 장관 중 민간인 출신은 다섯 차례뿐이다. 전역한 지 1년 내외거나 현역 장성에서 바로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비일비재했다. 국방부 장관들을 두고 ‘양복 입은 군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문민 통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 일까.
근대사를 보면 군사기술의 발달과 함께 군(軍)이 전문 집단화하면서 전쟁이 일어난 경우가 많다. 1914년 유럽 전역을 공포로 휩싸이게 한 1차 대전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발발했다. 23년 후 일본군이 일으킨 중일전쟁과 미국 진주만 기습도 비슷했다. 군국주의를 추구하는 군을 정치 지도자들이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결과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끔찍한 전쟁이 일어났다. 1·2차 대전에서 전쟁을 일으킨 국가들은 국민들을 패전의 잿더미로 내몰았다.
이에 전 세계는 1·2차 대전을 겪으면서 폐쇄적이고 권력화된 군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민주주의국가에서 문민 통제(civilian control)가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때다. 국민이 선출한 정치권력(대통령)과 문민 관료(국방장관)가 안보 정책을 주도·결정하고 안보 전문가 집단인 군은 군사작전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다.
문민 통제의 성공 사례로는 미국이 꼽힌다. 미국은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법률로 규정했다. 군 출신은 전역 후 7년이 지난 뒤 임명이 가능하다. 장관이 군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런 까닭에 미국은 병사 출신 장관이 존재한다.
군 내부에서도 대통령과 민간 출신 장관에 의한 문민 통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런 까닭에 장성급 장교 출신 장관도 단 3명뿐이다. 이 경우도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제 3대 미 국방부 장관인 조지 마셜 육군 원수는 전역 이후 국무장관 등 정치인을 경험을 쌓아 전역 후 7년이 넘어서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제 28대 미 국방부 장관인 현 로이드 오스틴(육군 대장)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1차 집권 시기에 임명한 제 26대 국방부 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장관(해병대 대장)은 전역한 지 각각 4년, 3년 밖에 안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기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민간인이 아닌 군 관련 인사가 국방장관에 오르는 게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차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 7년 금지 조항의 ‘면제법’이 의회를 통과해 두 사람은 미 상원과 하원의 ‘예외 인정’ 동의를 받아 결국 미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미국 ‘국가안전보장법(National Security Act)’에 따르면 국방장관은 반드시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 군 출신이 국방부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 이후 7년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은 1947년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 즉 시민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민간인이 군부를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미국 헌법이 시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국군 최고 통수권한을 부여하고, 군이 아닌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전쟁 선포 권한을 갖게 한 것과 같은 원리다. 게다가 민간인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군 내부의 불필요한 인맥형성과 결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때문에 미국의 역대 국방장관은 기업가나 정치인, 교수 출신 등 민간인이 대다수였고, 군 복무 경력이 있더라도 길지 않고, 장성 출신도 제대 이후 7년이 지나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될 수 있게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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