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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아시아 태풍 발생률 2배 올라, 화석연료 채굴자들에 책임 묻는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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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태풍 개미가 내린 비에 침수된 필리핀 수도 마닐라 시내. 「연합뉴스」
올해 7월 태풍 개미가 내린 비에 침수된 필리핀 수도 마닐라 시내.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에 아시아 지역에서 태풍이 발생하는 빈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배출이 지속되는 한 태풍 강도와 발생률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화석연료 채굴을 주도한 국가와 기업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각) 기후과학자들의 민간단체인 세계기상기여조직(WWA)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태풍 발생 빈도가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한 상황과 비교할 때 약 2배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기상학계에서는 풍속이 초속 33미터보다 높은 열대성 저기압을 태풍으로 지정해 발표한다. 높아진 기온과 습도가 열대성 저기압이 태풍으로 발전하기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했던 필리핀해 일대에서는 이례적으로 한 번에 태풍 4개가 동시에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일본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현재 기상학계에서는 풍속이 초속 50미터가 넘는 태풍을 ‘강력한 태풍’으로 분류한다. 세계기상기여조직이 올해 태풍 피해가 가장 컸던 필리핀을 주목해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과 비교하면 필리핀은 강력한 태풍 발생률이 약 25%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여조직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 연구 결과는 올해 연속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발생한 원인이 기온상승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우리가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는 한 강력한 태풍 발생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없었던 시뮬레이션 세계와 비교해 발생한 태풍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실제 세계가 7배 더 높았다.

연구진은 향후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6도 오른다면 태풍들의 평균 풍속이 초속 2미터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발생한 가장 강력한 태풍들이었던 ‘야기’와 ‘끄라톤’ 풍속이 초속 54미터였는데 여기서 2미터 더 오른다면 슈퍼태풍으로 넘어가는 초속 58미터에 근접하게 된다.

기상학자들은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조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 클라크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환경정책센터 연구원은 “태풍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필리핀 등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올해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약 23일 동안 강력한 태풍이 6번 연속 상륙해 백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프레데리케 오토 임펠리얼칼리지 런던 그랜텀연구소 기후학자는 “단순한 지원만으로는 기후피해를 다 막을 수는 없다”며 “세계가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태풍 피해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앞에 시민단체들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에 법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앞에 시민단체들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에 법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태풍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 화석연료 채굴을 주도한 국가들에 더 큰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별 법적 책임을 묻는 심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등 올해 태풍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국가 대표단은 법정 청문회에 출석해 화석연료를 생산한 국가와 화석연료를 이용해 경제적 혜택을 누린 국가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국영 방송국에 따르면 메나르도 게바라 필리핀 법무차관은 5일(현지시각)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에서 “인간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미치는 영향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 방글라데시, 바하마, 바누아투 등 세계 각국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바라 차관은 “국제법 전체 영역에서 놓고 보면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친 33개국은 현재 국제사회가 합의한 것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 사이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토니 아블레테스 그린피스 필리핀 청소년 리더는 “그린피스 국제지부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오염자들에게 비용을 물리는 것이 필리핀 현지인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는 정책”이라며 “그린피스 필리핀은 우리 정부에 석유 및 가스 기업 확장을 중단하고 기후위협에 저항하며 화석연료 오염자들이 전 세계 사람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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