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차의 본질에 대해 얘기해 보자. 차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차라고 부르는가, 차나무에서 만든 잎차를 우린 물도 차라고 말하고, 보리를 볶은 물도 차, 즉 ‘보리차’라고 부른다. 그 밖에도 우엉차, 매실차, 꽃차 종류의 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우리거나 침출한 것은 모두 차라고 부르는 것 같다.
차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차’에 대한 첫 번째 의미로 ‘차나무의 어린잎을 달이거나 우린 물 또는 차나무 잎을 따서 만든 음료의 재료 또는 그것을 달이거나 우린 음료’라고 되어 있다.
두 번째로는 ‘잎, 줄기, 뿌리, 열매 따위를 가공하여 달이거나 우려서 마시는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 또는 ‘식물의 잎이나 뿌리, 과실 따위를 달이거나 우려서 만든 마실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인삼차, 생강차, 칡차 등이 있다’라고 나와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는 차(茶)는 ‘차나무 찻잎을 원료로 하여 제조하거나 가공한 음료나 그것을 우린 것’만을 말한다. 차나무 찻잎을 원료로 하지 않은 차는 ‘차’라 하지 않고 대용차(代用茶)라고 한다. 대용차의 대표적인 것들이 인삼차, 생강차, 칡차, 도라지차, 유자차 등이다.
차는 차나무 잎을 원료로 하여 6대 다류(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를 만든다. 6대 다류의 분류 기준은 제다(製茶) 방법인데, 중요한 것이 바로 ‘발효’다. 발효를 했는가, 발효를 하지 않았는가에 따라 차는 발효차와 불발효차로 나눈다.
불발효차의 대표적인 것이 ‘녹차’다. 녹차가 아닌 차는 발효차로 보면 된다. 다시 발효는 ‘산화발효(전(前)발효)’와 ‘미생물 발효(후(後)발효)’로 나누는 데, 산화발효에 속하는 것들로는 백차, 청차, 홍차가 있다. 미생물 발효에 속하는 것은 황차, 흑차다.
발효차도 발효 정도에 따라 부분발효차(경발효차, 약발효차, 반발효차)와 강발효차(완전발효차)로 나눈다. 경(약)발효차의 대표적인 것이 백차다. 반발효차는 청차(우롱차)를 들고 있으나, 사실 청차도 발효 스펙트럼이 15~75%까지 다양하여 반발효차라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강발효차로는 발효도가 80% 이상인 홍차를 들고 있다. 한때 홍차를 완전발효차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데, 완전발효차를 100% 발효를 거친 차를 의미한다면 완전발효차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발효’란 무엇인가? ‘발효’의 광의적 의미는 ‘효모나 세균 등 미생물이 유기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산소 등을 생기게 하는 작용’이라 하고, 협의적 의미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생물이 작용하여 만들어 낸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등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산물이다. 유익균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술, 된장, 간장, 식초, 김치, 치즈, 요구르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거의 매일 발효식품을 먹고 있다.
발효와 부패는 어떻게 다른가? 발효란 미생물 작용으로 만들어진 인간에게 유용한 산물이지만, 부패는 미생물 작용으로 만들어진 독성 산물로 악취와 구토를 유발하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우리는 부패한 음식을 상했다고 말하지만, 발효된 음식을 상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차의 경우도 그렇다. 후발효차인 우리의 떡차나 중국 보이차의 경우 보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패한 차가 될 수 있고 맛있는 발효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산화와 발효는 같은 의미인가? 산화(酸化·Oxidation)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거나 수소를 잃는 일’ 또는 ‘물질 중에 있는 어떤 원자의 산화수가 증가하는 일’을 말한다. 좀 더 쉽게 풀어쓰면 ‘어떤 물질이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결합하여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성질을 갖는 현상, 즉 원래 가지고 있던 성분에 변화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는 것을 그 물질의 산화’라고 표현한다면, 차가 산소와 반응하는 것을 차의 산화라고 보면 될 것이다. 차가 산소와 반응하여 차의 산화가 발생한 차로는 백차, 황차, 청차, 홍차다. 차의 산화를 유발하는 성분은 찻잎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은 본래 무색이지만, 산화를 하면 차의 색깔이 노란색-붉은색-갈색으로 짙어진다. 폴리페놀을 산화시키는 것은 찻잎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산화 효소인데, 산화 효소가 산소를 만나면 폴리페놀이 더욱 활성화되어 산화가 촉진된다.
찻잎의 산화를 억제하려면 찻잎 속 ‘폴리페놀 산화효소(Polyphenol Oxidase)’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열을 가한다. 이를 살청(殺靑)이라 하는데, 살청(殺靑)은 청(靑)을 죽이는 활동으로, 청(靑)에 해당하는 폴리페놀 산화효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살청 방법으로는 덖음(炒製)이나 찜(蒸製)을 한다. 효소는 보통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열에 많이 약하다. 보통의 일반적인 다른 효소들은 섭씨 50도가 넘으면 거의 죽는데, 찻잎 속 폴리페놀 산화효소는 거의 75도까지 견딘다.
따라서 활성을 멈추게 하려면 살청할 때의 찻잎의 온도를 80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바깥 솥의 온도는 250~300도 이상까지 올려야 한다. 이렇게 하여 산화효소가 억제되면 찻잎의 색깔은 녹색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녹차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녹차가 산소와 결합할 시간을 주게 되면 산화발효가 진행됨으로 녹차는 찻잎을 따서 가볍게 수분을 날리는 위조(시들리기)를 거치자마자 신속하게 덖음 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녹차는 산화발효를 억제하여 만들어진 불발효차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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