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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 휘두르며 축제처럼 즐기는 MZ세대의 집회 [기자수첩-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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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분노한 시민들 거리로 나와 연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개최

집회 참석 MZ세대, 아이돌 응원봉 흔들며 질서 정연한 모습…폭력 사라진 이색 풍경, 축제 연출

특정 정파의 이익과 진영 논리에만 함몰돼 국민 분열과 갈등 부추기는 집회·시위 문화 이제 사라져야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30분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단독 처리와 이례적인 감사원장 탄핵 등을 추진한 야당에 맞서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불과 2시간 30분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며 계엄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됐던 1979년 10월 26일 이후 약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런 충격은 곧바로 분노로 바뀌며 정권 퇴진 집회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 주말인 7일을 기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매일 같이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친 촉구 때처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MZ세대(1980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도 집회에 동참하면서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이들은 8년 전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이 아닌 아이돌 그룹의 응원봉을 흔들며 질서 정연하게 “탄핵”을 외치고 있다. 집회 군중 속에서 형형색색 빛나는 아이돌 그룹 응원봉 덕분에 현장은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과거처럼 폭력성을 수반한 과격 집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집회 문화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건전 집회’와 달리 여전히 특정 정파 이익 만을 앞세우는 ‘과격 집회’도 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진보세력의 국민의힘 당사 앞 집회와 보수세력의 광화문 광장 집회가 있다.

지난 7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표결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진보 성향 지지자들의 국민의힘 당사 앞 집회는 매일 저녁 열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집회의 원래 목적인 ‘대통령 탄핵’을 넘어 ‘내란 공범 국민의힘 해체’를 외치며 정파 갈등을 부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일부 극성 참여자는 당사를 향해 야유와 욕설을 내뱉고 여당 의원 자택이나 지역구 사무실에 흉기를 배송하거나 계란 투척, 근조화환 시위를 하는 등 도를 넘는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보수 세력도 다를 건 없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시도를 규탄하는 ‘맞불 집회’를 벌였다. 맞불 집회까지는 문제 될 게 없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정 당파를 비난하기 위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집회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언급하고 민주당을 “종북세력”이라고 칭하며 탄핵 반대 집회보다는 정적(政敵)과 대립각을 세우는데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혼란한 정국 속에서 오롯이 진영 논리에만 몰두하는 세력들이 계엄과 탄핵을 빌미 삼아 더욱 과격한 싸움 만을 벌이고 있다. 이런 대립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국민 분열과 갈등만 한층 더 조장할 뿐이다.

집회조차도 축제처럼 즐기는 MZ 세대의 분위기에 걸맞게 폭력적인 진영 논리와 특정 정파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시위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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