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돌아보면, 사건과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 사회를 흔들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아픔과 슬픔을 겪어야 했다.
대표적으로 화성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지난 7월에는 건설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조사 결과 원청업체가 폭염 속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휴식 시간과 음료 제공 등의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런 뉴스를 접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법적·사회적 다짐에도 불구하고 비극은 사라지지 않았다.
법원 판결문은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제13호 판결(2024년 1월 16일), 공장 회전축 사고로 7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대표이사는 징역 1년 2개월을, 안전관리자는 금고 4개월을 선고받았다. 제14호 판결(2024년 2월 7일)에서는 고소작업대 추락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대표이사와 현장 책임자 모두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경영진과 현장 책임자들이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전 조치를 미흡하게 하거나 아예 방치한 결과, 노동 현장에서 또 다른 비극이 만들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법적 처벌을 도입했지만, 법만으로는 변화가 부족하다는 것이 3년간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핵심은 바로 ‘기업의 안전 관리 문화’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안전 관리를 단순한 ‘비용’으로만 간주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돈을 아꼈다’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다. 그러나 안전 관리는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 ‘투자’다.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면, 사고로 인한 손실 비용과 소송,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경영진의 책임 강화를 통해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이제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안전 문제를 방치했을 때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시대이다. 기업은 근로자와 관리자 모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고위험 작업 환경에서는 실질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이 이루어져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바로 긴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초기 대응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심폐소생술(CPR)’이다.
한국소방청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을 받은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약 17%로, 단순한 몇 분의 응급조치가 생사를 가르는 결과를 만든다.
기업은 모든 직원에게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 처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자동 심장 충격기(AED)를 작업 현장마다 배치하고, 그 사용법을 정기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이런 대응책은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근로자 사고율 0%, 사망 사고 0%. 이 목표는 단순한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 기업, 근로자가 협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과제다. 기업은 안전 관리를 생명을 지키는 필수 투자로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 간 협력을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비극적인 뉴스가 들려오지 않는 대한민국,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업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가치로 보고, 정부와 근로자가 함께 협력한다면, 우리는 근로자 사고율 0%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안전은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닌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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