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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애리의 유럽문화예술기행] 합스부르크 왕조의 예술도시 빈

인천일보 조회수  

▲ 쇤브룬 궁전의 글로리에테 전망대.
▲ 쇤브룬 궁전의 글로리에테 전망대.

합스부르크가의 도시 빈으로 문화예술 기행을 떠나봅니다.

빈이 오늘날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로 자리 잡기까지는, 600여 년 동안 유럽 정치와 문화를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세심한 후원과 비전이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빈을 제국의 행정 중심지가 아니라, 예술과 학문이 융성하는 국제적 문화 도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특히 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궁정에서 음악회를 열고, 유럽의 뛰어난 작곡가들을 초청했습니다. 그녀의 딸 마리 앙투아네트 앞에서 어린 모차르트가 연주한 일화도 있고,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요제프 2세가 모차르트를 궁전에 불러들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가 동시에 빈에서 활동하면서 ‘빈 음악파’란 용어가 생겨났습니다.

▲ 빈 오페라극장 내부 모습.
▲ 빈 오페라극장 내부 모습.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공연으로 개관한,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의 중심입니다. 당시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의 황제로 불리며, 그의 작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오늘날에도 빈을 상징하는 곡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빈 도심의 ‘음악 공원(Stadtpark)’에 가면 ‘빈 음악파’ 외에도,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브루크너의 동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 공원은 항상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며 음악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 음악공원에 있는 요한스트라우스 동상.
▲ 음악공원에 있는 요한스트라우스 동상.
▲ 호프부르크 궁전.
▲ 호프부르크 궁전.

합스부르크 왕조가 빈을 제국의 중심지로 삼은 것은 도시의 발전에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 바로 호프부르크 궁전과 쇤브룬 궁전입니다. 호프부르크 궁전은 13세기에 지어졌지만, 왕가의 번영에 따라 계속 확장되었습니다. 각 세대의 황제들이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반영하여, 궁전은 그 자체로 유럽 건축사의 백과사전처럼 되었습니다. 궁전 안에는 도서관, 미술관, 극장들이 있어, 궁전 자체가 학문과 문화예술의 중심 장소였습니다.

쇤브룬 궁전은 마리아 테레지아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한 곳입니다. 그녀는 이 궁전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필적할 만한 바로크 양식의 대표작으로 재건축했습니다. 왕실의 여름 휴양지답게 궁전 주변의 정원과 숲이 아름답습니다. 정원 안의 언덕 위에 세워진 개선문 모양의 ‘글로리에테(Gloriette)’ 전망대를 배경으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야외 음악회가 지금도 매년 여름 개최되고 있습니다.

▲ 미술사 박물관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
▲ 미술사 박물관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

1857년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의 명령으로 빈에서는 대대적인 도시개혁이 시행됩니다. 바로 ‘링슈트라세(Ringstraße)’ 건설입니다. 구시가지 성벽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웅장한 대로를 조성하고, 대로 주위에 멋진 건축물들을 세우는 계획입니다. 빈을 유럽 제국의 중심지로 강화하고, 합스부르크 왕조의 위엄을 과시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 시청, 국립오페라극장,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등이 이때 건설되었습니다. 마주 보고 있는 두 박물관 사이에는 마리아 테레지아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리아 테레지아(1740–1780)는 당시 유럽의 유일한 여성 군주로서,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우리는 링슈트라세를 따라 걸으며 합스부르크가 역사의 숨결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빈 미술사 박물관 전시 작품.
▲ 빈 미술사 박물관 전시 작품.

합스부르크 왕가는 문화적 유산의 체계적인 보존에도 앞장섰습니다. ‘빈 미술사 박물관’의 방대한 예술품 컬렉션을 통해 유럽 예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고대 유물 외에도, 합스부르크가의 영토에 속해 있었던 플랑드르와 네덜란드의 화가들인 루벤스, 반 다이크, 베르메르, 브뤼겔의 걸작들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사실, 미술사박물관보다 앞서 이미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있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크리스티나의 남편이자 열정적인 예술 애호가인 알베르티나의 소장품으로 시작된 이 미술관은, 인상파 그림까지 소장하면서 컬렉션에 깊이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결국,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을 단순한 수도에서 벗어나, 예술과 문화, 학문의 중심지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들의 유산은 오늘날 빈이 ‘음악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로 불리게 된 이유이며, 그들의 후원 속에서 탄생한 창작물들은 세기를 넘어 현대에도 찬란히 빛나고 있습니다.

▲ 나애리 전 수원대학교 유럽학부 교수
▲ 나애리 전 수원대학교 유럽학부 교수

/나애리 전 수원대학교 유럽학부 교수

인천일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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