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는 것 하나하나가 부담이에요. 부모님께 더 큰 짐을 드리게 될까 봐 마음이 무겁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대학원생 채모(31) 씨의 목소리에는 깊은 시름이 묻어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의 여파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급등해 해외 체류하며 내년 봄학기를 앞둔 유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채씨는 환율이 내려가길 기다리며 조금씩 환전해 왔지만 더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는 그의 말에는 부모님께 더 큰 경제적 부담을 드리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엿보인다.
한편, 소셜미디어에서도 유학생들의 고충이 쏟아지고 있다. 한 유학생은 “치솟는 환율 때문에 휴학을 고민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고, 또 다른 학생은 “최대한 장학금을 받아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어도 학비, 생활비가 걱정인 상황”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비 유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이 ‘경보'(Alert)를 발령하고 자국민과 비자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사업무 일정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미국 유학 준비 커뮤니티에는 “다음 주 비자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 맞느냐”는 등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유학생들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 대출 금리 상승 등 서민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외여행객들도 예약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재검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일본 여행을 앞두고 “15만원의 취소 수수료를 물더라도 차라리 취소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했다. 다른 여행객들도 “이것저것 취소 수수료가 더 나가 고민”이라며 난감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환율 안정화를 위한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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