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4’가 막을 올렸다. 컴업은 2019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주최 하 진행된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다.
올해는 45개국에서 260여개 사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35개국, 160여개 사가 참여했던 작년 행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됐는데, 올해는 2배 가량 넓은 코엑스로 행사 장소를 옮겼다.
11일 방문한 행사 현장은 참여자, 투자사 관계자, 국내외 관람객으로 붐볐다. 이날 행사에는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서도 45개국 모두 예정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사의를 표명한 오영주 중기부 장관도 전시 부스를 돌아보고 SIS 패널토론 사회자로 나서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행사장 중앙에 부스를 연 스타트업은 세계 언론, 벤처캐피탈(VC)이 다수 찾은 만큼 자신들만의 혁신적인 기술과 비전을 선보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특히 이들은 실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딥테크의 목적에 걸맞게 유용하면서도 이미 상용화가 준비된 제품들을 준비했다.
오피스 영양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개인 맞춤 영양제 배급 기기를 전시에 내놨다. 기기 앞에 위치한 인터페이스에 이용자의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영양제를 배합해 제공한다. 이미 시장에 익숙한 커피머신에서 커피 대신 영양제가 나오는 식이다.
부스를 운영하던 알고케어 관계자는 “회사를 설립한지 5년 정도 됐는데, 현재까지는 B2B 위주로 사업을 전개했다”며 “향후 개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올해 초 설립한 신생 AI 스타트업 ‘제틱에이아이’도 데모 제품을 전시하며 제품 홍보에 나섰다. 주요 제품은 맞춤형 온디바이스 AI 앱 솔루션이다. 의뢰인이 보유한 AI 모델을 안드로이드, iOS 등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 최적화해서 데이터를 인터넷 없이 기기 자체에서 실시간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서버 비용과 네트워크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제틱에이아이 관계자는 “현재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완성했다”며 “이번 행사는 데모 버전으로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 특히 기후테크가 주목 받았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주요 대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이 참여한 기후테크 부스는 VC와 대기업 협력 경험을 듣고자 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들로 붐볐다.
정대영 엘디카본 과장은 “기후테크는 대기업이 사업하는 데 있어 필수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많이 주목한다”고 말했다. 엘디카본은 폐타이어에서 타이어 원료인 카본블랙을 추출하는 열분해 기술을 보유 중이다. 해당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에그’ 1기 협력사다.
각 국가별 스타트업을 모아서 홍보하는 국가관도 운영됐다. 한국에 없는 기술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부터 기존 기술을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해 공략하려는 기업까지 폭넓게 참여했다.
일본의 실내 드론 솔루션 기업 ‘리베라웨어’는 공장 등 대규모 시설의 사고 현장을 탐색하는 데 특화된 드론 ‘IBIS2’를 선보였다. 자연재해가 흔한 일본 현지 환경을 고려해 개발됐다. 자체 개발한 연장 안테나로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비행 가능하고 경량화, 소형화한 덕에 좁은 공간도 탐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리베라웨어는 올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제조 대기업을 상대로 계약을 추진 중이다.
김태홍 리베라웨어 한국 지사 대표는 “한국 대기업도 일본보다는 덜 하지만 사고 위험성이 제로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 슬립테크 기업 ‘배리오웰’은 기존 B2B로 공급하던 매트리스 솔루션을 한국 시장에 특화시킨 제품을 내놨다. 이날 선보인 스마트 토퍼 ‘페파민토’는 전기 장판 문화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배리오웰의 첫 B2C 제품으로, 애플 워치와 연동해 자동 온도 조절, 공기 정화 알람 기능 등을 제공한다. 해당 제품은 한국에서 처음 출시될 계획이다.
백수민 배리오웰 사업개발 매니저는 “연내 혹은 내년 초 한국 법인을 설립할 계획인데, 그 전에 미리 시장 반응도 살필 겸 참가했다”며 “한국은 장판 문화가 있어 확실히 좋은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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