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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열대성 전염병 확산 빨라져, 미국 본토까지 퍼지며 경계심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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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싱드주 하이데라바드시에 설치된 병동에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이 누워 있다. 「연합뉴스」
파키스탄 싱드주 하이데라바드시에 설치된 병동에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이 누워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 현상으로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 열대성 전염병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전염병은 발병 지역까지 확대되며 남아메리카를 넘어 미국 본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2024년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말라리아 발병 사례는 2억6300만 건으로 이전 해보다 1100만 건 늘었다.

사망자 수도 59만7천 명으로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는 말라리아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원인으로 매개가 되는 이집트숲모기 등 해충의 살충제 내성 강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 환경 변화 등을 들었다.

이상기후도 모기 개체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평년보다 큰 홍수를 겪은 마다가스카르와 파키스탄 등 국가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는 것과 비교해 말라리아 대응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말라리아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이 매년 최소 83억 달러(약 11조9천억 원)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가 말라리아 대응에 투입한 자금은 약 40억 달러(약 5조7천억 원)에 불과했다.

민간 분석기관은 현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말라리아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11월 ‘말라리아 아틀라스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현 추세대로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2020년대와 비교해 매년 말라리아 환자 수가 55만4천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라리아 사망자가 약 60만 명이었으니 2050년에는 두 배 수준으로 늘게 되는 셈이다.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모기를 매개로 하는 다른 열대성 전염병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는 올해 남북아메리카 지역에서 뎅기열 사망자가 7700명을 넘었다고 1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지난해 사망자가 2467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자르바스 바르보사 범미보건기구(PAHO) 이사. 「범미보건기구」
자르바스 바르보사 범미보건기구(PAHO) 이사. 「범미보건기구」

범미보건기구는 최근 들어 높아진 기온과 잦은 홍수 등 이상기후로 모기 번식이 빨라져 피해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자르바스 바르보사 범미보건기구 이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뎅기열 발병 증가는 기후 현상들과 매우 큰 연관성이 있다”며 “높아진 기온, 잦아진 홍수와 가뭄, 저열한 위생환경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카 국가들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올해 아마존강 유역에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발생해 큰 기후피해를 겪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 뎅기열 환자는 올해 1천만 명 가량 발생했다. 브라질 다음으로 환자 수가 많았던 곳은 아르헨티나(58만 명), 멕시코(50만 명)다.

의료환경이 잘 갖춰진 미국에서도 뎅기열 발병 사례가 관측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전까지 푸에르토리코, 마셜군도 등 해외령에서만 뎅기열 지역 발병 사례가 보고돼왔으나 올해 들어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환자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이에 의료업계 관계자들은 백신 개발, 의약품 확보, 의료환경 개선 등 관련 조치를 강력하게 단행하면서도 전염병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모기의 확산에 대응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이스 도스산토스 범미보건기구 자문은 가디언을 통해 “뎅기열 백신이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등으로 내년부터 유입될 예정이지만 질병 방지보다 치료에 효과를 보는 것들이라 질병 확산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발병을 애초에 방지할 수 있도록 모기를 근절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에서 옥시텍이 배양하고 있는 이집트숲모기들. 「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에서 옥시텍이 배양하고 있는 이집트숲모기들. 「연합뉴스」

뎅기열로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생명공학기업 옥시텍이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모기를 근절하려 노력하고 있다.

옥시텍은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의 주요 매개가 되는 이집트숲모기 유전자를 조작해 산란한 알에서 수컷만 살아남도록 조작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에 해당 기술을 활용한 모기 개체들을 담은 패키지를 ‘친절한 이집트숲모기’라는 이름을 붙여 제품 형태로 출시했다.

8월 옥시텍 발표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친절한 이집트숲모기 제품을 구입한 콩고냐스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모기 개체수 증가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지역 지자체들은 지역에 따라 모기 개체수가 전년 대비 최대 70배까지 증가한 반면 친절한 이집트숲모기를 구매해 풀어놓은 콩고냐스 지역은 3배밖에 늘지 않았다.

나탈리아 페레이라 옥시텍 이사는 “이러한 결과는 모기 박멸에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우리는 이 기술이 지역사회에 걸쳐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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