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앵커와 기자 등 언론계 종사자들이 방송에서 검은 옷을 입고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블랙투쟁’에 나섰다.
12일 언론계에 따르면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12개 현업 언론단체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말살과 민주주의 붕괴에 항의하는 의미로 ‘블랙투쟁’을 진행한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는 지난 9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과 방송·보도·취재 현장에서 언론노동자들이 검은 옷이나 리본을 착용하는 블랙투쟁을 결의했다. 언론 현업단체 11곳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번 투쟁의 주요 내용은 ▲내란 관련 특보·정규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 출연 ▲집회 취재·검찰 등 주요 출입처 취재 및 스탠드업 촬영 ▲교양·라디오 등 출연 시 가능한 범위 내 검은 계통의 의상을 착용하고 출연하는 것이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직종 조합원들은 검은 리본을 달고 투쟁에 동참할 수 있다.
블랙투쟁은 지난 2008년 10월 YTN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YTN 앵커와 조합원들은 ‘낙하산 구본홍 사장’ 임명과 사측의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뜻으로 검은 넥타이·의상을 착용하고 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2012년 SBS, OBS경인TV 앵커와 기자들도 당시 KBS·MBC·YTN 방송 3사의 언론자유 쟁취 파업에 연대하는 의미로 동참했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3번 조항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를 통해 언론 통제를 시도한 바 있다.
이에 언론노조는 지난 4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조합원·조직 긴급 투쟁 지침’을 마련하고 대통령 퇴진 촉구를 촉구하는 지역·업종별 협의회 규탄 성명을 펴내는 등 크게 반발했다.
언론노조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권은 출범할 당시부터 방송 권력을 장악하는 등 전례가 있었다”면서 “우리 언론노조는 이미 우리나라의 언론 민주주의가 사망했다고 보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발표한 「2024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15위 하락한 62위로 집계됐으며 RSF는 한국 언론 자유 환경을 지난해 ‘양호’에서 올해 ‘문제 있음’으로 하향 조정했다.
RSF는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 정부관계자, 대기업으로부터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언론중재위원회 2020년 분석에 따르면 미디어 관련 분쟁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이번 계엄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언론 민주주의에 최종 사망 선고했다. 이에 근조를 하는 의미로 블랙투쟁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과 일부 지역 방송 등이 참여하고 있고 KBS도 일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언론노조의 시국선언 참가자 접수는 이날 오후 6시 마감되며 최종 명단은 오는 13일 전국·지역 일간지, 주간지, 온라인 광고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오는 1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해당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곧바로 오후 3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되는 ‘윤석열 퇴진 범국민촛불대행진’에 합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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