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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품은 한강… “문학,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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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왼쪽)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한강에게 메달과 증서를 수여했다. / AP뉴시스
작가 한강(왼쪽)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한강에게 메달과 증서를 수여했다. / AP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한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산을 기금으로 해 1901년 제정된 상으로,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현재 6개 부문(문학‧화학‧물리학‧생리학 또는 의학‧평화‧경제학)에 대한 수상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며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는 한강이 최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에서는 수상자의 수상 소감 대신 노벨상 선정기관의 시상자 연설이 이어진다. 한강의 시상은 한림원 종신위원이자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마트손이 맡았다. 이날 엘렌 마트손은 “한강의 글에서는 흰색과 빨간색 두 가지 색이 만난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엘렌 마트손은 “그의 많은 작품에서 흰색은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그리는 눈이지만 흰색은 또한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며 “빨간색은 생명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고통과 피, 칼에 베인 깊은 상처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살 이후 쌓인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어두워지고 호소력이 있으며 텍스트가 답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질문이 된다”며 “우리는 죽은 자, 납치된 자, 실종된 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나. 흰색과 빨간색은 작가가 소설에서 되새기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 AP뉴시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 AP뉴시스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다.” 

한강은 시상식 후 이어진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약 4분 간 영어로 소감을 전했다. 행사 진행자는 한국어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며 한강을 호명했다. 

한강은 “내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한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다”고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쏟아지는 빗줄기, 나의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이라며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비를 보고 있었다. 나의 얼굴이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수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어렸을 때부터 알고 싶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그것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이 의미는 무엇일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가 있다”고 했다. 

끝으로 한강은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다”며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한강은 12일 노벨 주간 마지막 일정인 작품 낭독 행사에 참석한다. 

197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대학교 4학년 때인 1992년 연세춘추 주관 연세문화상에서 시 부문인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1993년 계간지인 ‘문학과 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출간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가 영국 문학 시장에 출판되며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16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4년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며 세계적인 문학가 반열에 올랐다. 

시사위크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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