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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서부 관광명소인 말리부 해변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인근 지역에 거주 중인 2000여명의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 50분께 말리부 해변의 캐니언 로드 일대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날 오전 9시까지 2200에이커(약 8.9㎢) 면적으로 확산했다. 이는 여의도 면적(4.5㎢)의 2배에 달하는 크기다. 당국은 아직 불길을 전혀 잡지 못해 화재 진압률은 0% 수준이다.
이 불은 말리부 해변에 즐비한 고가의 저택들을 비롯해 8100여채의 구조물을 위협하고 있다.
앤서니 머론 LA 카운티 소방국장은 “아주 적은 수(minimal number)”의 주택이 불탔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자사의 사진기자가 적어도 1채의 주택이 화염에 휩싸인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산불은 주택뿐만 아니라 말리부 해변에 위치한 사립대학 페퍼다인대 캠퍼스 인근까지 덮쳤다. 이 대학 학생들이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한 영상에는 한밤중에 멀리서 화염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이 대학 기숙사 조교는 전날 오후 늦은 시간부터 기숙사에 전기가 끊겼고 창밖을 내다보니 멀리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AP에 전했다. 그는 기숙사의 각 방문을 두드려 학생들을 대피시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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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은 이날 오전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면서 “산불로 인한 모든 유형의 위협으로부터 잘 보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해변의 유서 깊은 명소인 ‘말리부 피어(바다 쪽으로 뻗어있는 나무다리)’도 한때 위협을 받다가 다행히 불길은 피했다고 당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해 면적을 급격히 키운 주범은 강풍으로 지목된다.
소방 당국은 화재 면적이 전날 밤 11시 54분께만 해도 100에이커 정도였다가 4시간 만에 1800에이커 넘게 커졌다고 전했다. 전날 밤 LA 등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에는 최대 시속 65㎞에 달하는 돌풍이 불었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 일대의 강풍은 오는 11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돼 소방 당국이 불길을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NWS LA 사무소는 이날 풍속이 최대 105㎞/h에 달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샌타애나’로 불리는 이 강풍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불어오는 국지성 돌풍으로 가을과 겨울에 자주 나타난다. 때로 허리케인급 속도로 부는 데다 바람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린다.
소방 당국은 바람이 더 거세지기 전에 불길을 잡기 위해 이날 오후 1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가 강풍으로 파손된 전선이나 전신주 등 전기설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2018년 말리부를 휩쓸고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역시 남부 캘리포니아에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 에디슨의 설비에서 불꽃이 튀어 시작됐다고 A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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