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부모도 부모가 처음일 때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자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여러 차례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는 자녀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상처 주고 비난하는 말을 쏟고 난 뒤에는 미안한 마음이 따라오지만,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앞서 ‘시사위크’는 ‘아이 LOVE, 페어런츠’라는 제목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행할 수 있는 언어폭력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네 편의 기사를 통해 부모의 말에 자녀가 얼마나 상처받는지를 보이며 ‘아이’에게 집중했다면, 이번에 ‘시사위크’는 부모 교육 전문가를 만나 ‘부모’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자녀에게 화가 나는 상황에서 부모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또 ‘부모 교육’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시사위크’는 11일 관계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주리 마인드가드너 심리코칭센터 대표를 만났다. 임주리 대표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인재교육원과 전국 지역도서관‧교육청‧유치원‧초중고 등에서 500회 이상 강연을 진행한 부모 교육 전문가다.
– ‘부모 교육’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나.
“첫 번째는 발달 단계에 따른 부모 교육이다. 영유아 단계부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에 따라서 그때 꼭 필요한 돌봄이나 발달 단계상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치원생한테 하는 돌봄을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행하면 아이들은 갑갑해한다. 또는 유치원생 아이들에게 마치 중고등학생 대하듯이 하면 역량 밖의 교육이 된다.
두 번째는 부모가 가진 트라우마 치유를 통한 교육이다. 성장 과정에서 상처가 있는 경우, 본인처럼 상처받는 아이로 키울 바엔 차라리 아이를 안 낳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자기 부모에 대한 분노다. 이처럼 과거의 상처에 고착돼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을 다룬다.
세 번째는 비폭력 대화와 네 가지 질문을 활용한 교육이다. 두 가지 틀로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셀프토크(self talk)’를 통해 내면 들여다보기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그룹 토의 형식으로 ‘이럴 때 어떻게 말해야 할까’라고 물으며 실제 사례를 나눈다. 응용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은 이혼 가정과 관련됐다. 부부로서의 관계는 끝났어도 부모 역할은 할 수 있을 만큼의 소통 훈련이 돼 있어야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부부 관계가 끝나는 순간 ‘적’이 돼버려서 이 사실을 많이 놓친다. 자녀에게 부모 역할을 이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소통 능력 훈련이다.”
– 이 중에서 부모들이 가장 많이 신청하거나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다면.
“지금은 하지 않지만, 예전엔 ‘영재 만들기’라는 주제로도 강연했었다. 부모들은 이런 분야나 발달 단계에 따른 양육 분야로 처음 부모 교육을 접한다. 나중에는 셀프토크 분야를 가장 많이 선호하더라. 그다음이 트라우마 치유였다. 내면 치유와 정신적 성장에 관한 훈련들이다.
예컨대 아이에게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하지만, 사실은 나 좋자고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이도 표면적으로 위하는 척 말할 때와 솔직하게 진짜를 이야기할 때를 구분할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밑바닥에 잠재한 어떤 생각들이 있는데, 이를 볼 수 있게 만드는 훈련이라고 보면 된다.”
– 아이가 사랑받는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말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문도 나온다. 부모 교육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나.
“‘해도 안 된다.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이런 경우 빈도와 강도의 변화에 집중하라는 답변을 많이 한다. 예컨대 아이가 몇 번을 말해도 말을 안 들을 때 과거엔 화를 매일 10만큼 냈지만, 요새는 3일에 한 번 5만큼 낸다면 발전한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된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강도가 줄어들었다는 것만 인지해도 좋다.
부모 교육을 할 때 ‘이렇게 하면 좋다’라고 스킬을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부모를 위한 위로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 교육을 하다 보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 중 하나가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당신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이다. 이는 지금 당신이 노력하는 대로 교과서처럼 행동하는 부모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부부 사이의 관계와 이어지는 것이라고 봐도 될까.
“그렇다.”
– 앞서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해 인터뷰할 당시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부모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다.
“사실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이미 잘하고 있는 부모는 부모 교육에 계속 참여하지만, 진짜 필요한 부모는 잘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먹고살기 바빠서 못 오거나, 관심이 없어서 오지 않는다.
마치 운전면허증을 따듯, 전 국민이 부모 자격증을 따는 것과 같이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 부모 교육이라는 건 결국 인간 발달에 대한, 인간 자체에 대한 기본 이해다. 또 서로 배려하고 돌보고 존중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다. 이게 가능해지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치르고 있는 비용,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수습하는 비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 일괄적으로 부모 교육을 진행한다고 가정할 때, 여러 가지 부모 교육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교육은 어떤 부분인가.
“우선 발달 단계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관한 기본 이해이므로 들어가야 한다. 그다음은 셀프토크다. 셀프토크를 통해서 자신이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 그 신념이 어디서 왔는지, 이것이 내 삶과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볼 수 있다. 지금 셀프토크에 관해 총정리한 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 어디까지가 정당한 훈육이고 어디까지가 상처를 주는 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이가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훈육해야 하나.
“우선 단순히 좋게 말하는 기술을 배운다고 되는 건 아니다. 말 속에 아이를 향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비난 없이 왜 그래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도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실제로 그 행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 부모가 집에 와서 하루 종일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으면서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많이 보지 말라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특히 무엇을 하고 안 할 건지에 대한 규칙을 정할 땐 아이와 합의해야 한다. 지켜지지 않았을 때 받을 페널티를 부모가 잊어버려도 안 된다. 이러면 아이는 ‘안 지켜도 별거 없던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나서 ‘너 이렇게 한다고 했는데 왜 안 해’라고 하면 안 되는 것. 부모에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와 리더의 공통 덕목 중 하나는 지치지 않고 친절하게 가능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이야기 해주는 거라고 본다. 지금의 부모가 ‘왜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들어’ ‘좋은 말 할 때 들어’라고 하는 이유는 우리의 부모님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저도 처음에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녹음기로 태어날지도 몰라’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지칠 필요가 없다. 모르면 가르쳐주면 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페널티만 있으면 된다.”
– 실천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아이와 똑같이 실수했을 때 내 배우자가 나한테 어떻게 말해줬으면 좋겠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찾아진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아이에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한 연령대에 맞는 말을 해주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예컨대 아이가 과일 가게를 갔는데 딸기를 손으로 찌르고 주무르고 있다고 해보자. 아이가 초등학생 정도 되면 ‘이거는 여기서 판매하는 거고, 만지면 으깨지니까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말해야 하지만, 세 살짜리 아이에게는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이때는 ‘만지면 안 되는 거야’라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를 다른 쪽으로 데리고 가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다른 걸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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