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임명해 논란이 됐던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취임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취임 저지 투쟁 등을 진행하며 반발에 나선 가운데, 박 위원장은 오히려 취임을 거부하는 시민단체의 행위가 헌정 유린이라고 맞받아쳤다.
11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위원장은 전날 취임해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거 진실에 대한 검증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항로에서 우리는 지금 나침반마저 놓쳐버린 상태”라며 “저는 대한민국이 더욱 정의롭고 화합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놓쳐버린 나침반을 다시 돌려놓겠다고 다짐하면서 진실화해위 위원장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18대 국회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활동했다. 동국대 법학과 부교수,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 위원,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2012년에는 탈북민 대안학교인 물망초를 설립해 이사장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있던 지난 6일 박 전 이사장을 진실화해위 위원장으로 임명을 단행해 큰 비판을 받았다. 특히 박 위원장은 역사관 논란으로 인해 과거의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진화위 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임명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센 상황이다.
이에 진실화해위 송상교 사무처장은 박 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며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야당 추천 이상훈 상임위원도 지난 10일 취임식에 불참하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시민사회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국가폭력 피해자단체 범국민연대 등은 박 위원장의 취임 당일 진실화해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이달 6일 ‘친위 쿠데타’ 실패 후 박 전 이사장을 진실화해위원장에 임명했다”며 “이는 헌정유린, 반란 수괴로서 자격도 없는 자가 단행한 인사다. 우리는 헌법을 유린하고 반란을 주도한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임명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적으로는 인권운동가로 화려하게 포장된 이력 뒤에 감춰진 극우 정치색갈론에 물든 박 전 이사장의 임명에 대해 우리 피해유족회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심 속에 절망하며 분노한다”며 “진실화해위의 파국이 예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박 위원장 임명을 결사 반대하며 윤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거나 혹은 박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탄핵과 진실화해위원장 불법 임명을 주권자의 명령으로 철회 요구하는 시민, 연구자 일동 1만4512명, 521개 단체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윤 대통령의 진실화해위원장 임명 행위는 정당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내란을 지시한 시각부터 윤 대통령은 자격을 잃은 반헌법 범죄자이며 국민이 그에게 부과한 정치적, 법적 권능은 모두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에 대해서는 “진실화해위는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조사해 진실을 규명하는 기관이며 재발 방지를 권고하는 기관”이라며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의 진실화해위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사이며 그동안 내뱉은 수많은 극단적인 발언, 혐오를 조장하고 타자를 공격하는 태도는 단순한 ‘다른 의견’의 수준을 넘어 혐오범죄(Hate Crime)를 방불케 한다”고 규탄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자신의 임명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취임식을 앞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의 독립조사위원장직 취임을 거부하고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헌정유린’”이라며 “탄핵이 부결된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다”고 말했다.
이어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법치는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라며 “인사를 투쟁의 목적으로 삼아 법치주의를 말살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란행위다”라고 대응했다.
이에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최상구 상임대표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박 신임 위원장의 SNS 등을 포함한 관련 주장은 주관적”이라며 “부족한 역사인식에 이어 임명 과정 자체를 봐도 자격이 없는 위원장이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실화해위는 유족과 피해자들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기구다”라며 “그런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구인 만큼 이들을 하찮게 봐서는 안 된다. 끝까지 목소리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등은 오는 12일부터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1시간가량 진실화해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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